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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명함용 대선후보들>
아무런 감동이 없다. 총선 끝나자마자 줄줄이 나요, 나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는 모습에. 벌써 8명의 잠용(潛龍)이 등장했다고? 김문수, 이재오, 정몽준, 임태희, 정두언, 김태호, 안상수(전 인천시장)...이러다가 더 나오겠다.
대뜸 잡용(雜龍)이라는 용어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싶은 유혹을 참기 어렵다.
숫자가 많아서가 아니다. 박근혜보다 지지율이 현격히 떨어져 당장 추월하기 어렵게 보이기 때문도 아니다. 그야말로 진정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 왜 진정성이 없어 보일까?
묻는다. 우선 대권 도전에 나설만한 당내 세력부터 갖고 있는가?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측근들을 도대체 몇 사람이나 세(勢)로 갖고 있다고 대권 도전부터 서두르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세가 없는 것도 유분수지, 무슨 이런 대권 도전들이 다 있나!
오랜 세월 정치권에 몸 담으면서 ‘정치는 결국 세’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이들이 혈혈단신과 같은 상황에서 대권 도전을 하는 모습. 헛웃음이 나온다.
대권 도전이 무슨 ‘1인 벤처창업’? 언론에서 대선 후보 명단에 이름 올리면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남는 장사이니 일단 나선다? 대선 후보입네 하며 몸집 불리고 뭔가 큰 정치하는 거물처럼 보이려는 ‘명함용 대선후보’? 다들 나름대로 그럴 만한 꼼수들이 있기 때문에 대권 도전 선언부터 하고 나오는 것!
새누리당 ‘마이너 리거’들이 하나같이 빼놓지 않는 ‘공통과목’은 박근혜 물고 늘어지기.
오해해선 안된다. 박근혜를 물고 늘어지지 말라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대권 도전을 하는 기자회견장에 적어도 금배지 몇 명은 데리고 나와야 어, 박근혜와 대결하면 재미있는 게임이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네 하는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지, 무턱대고 이종격투기 하듯이 냅다 질러들대며 등장한다고 어느 국민이 감동할까?
초장부터 저렇게 싸우기만 하다보면 경선이 제대로 치러질 것인가, 경선이 끝나도 같은 당에서 함께 지낼 수 있을까. 새누리당 지지 세력은 조마조마. 의문부터 들게 한다.
그래서 이들이 주장하는 ‘완전 국민경선제’도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게 아니라 경선을 곤경에 빠트리거나, 여차하면 당을 뛰쳐나가기 위해 미리 ‘그물’을 치려는 불순한 의도로 받아들이게 된다.
아니면 박근혜나 국민들에게 존재감을 심어주려는 의도? 박근혜가 독주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지내면 정치인으로선 존재감이 없어져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이니 일단 대권, 대권 하고 질러보는 것? 노이즈 마케팅? 박근혜가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주듯이 챙겨줄 걸 기대하고. 이런 상상 정도는 관중석에 앉아있는 국민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무(無)감동!
이렇게 대선후보가 난립하면 경선 드라마가 오히려 관심을 끌지 못하고 실패작으로 끝날 수 있다. 대작(大作)이 흥행 실패하는 것처럼. 앞으로 진흙탕 싸움이 한 달만 더 가면?
어휴, 지겹다 지겨워, 하는 원성들이 관중석으로부터 나오게 된다.
대선 후보들이여! 박근혜와 맞서기 위해선 전략전술을 바꾸라고 권고하고 싶다.
경천동지할만한 국가운영계획을 먼저 내 놓아라~ 이걸로 경쟁하라! 앞으로 2~3개월동안 치열하게 비전을 내놓는 근성을 보이라! 2~3개월? 충분히 추적이 가능한 시간!
이게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면? 여론시장에서 어, 박근혜 대항마처럼 보이네 하는 반응이 당장 나온다. 박근혜와 지지도 측면에서 대적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지면 주변에 사람이 구름처럼 쇄도하게 된다.
지금 새누리당 ‘마이너 리거’들은 거꾸로 가고 있다. 병사도 모으지 못한 장수가 칼만 큰 것 차고 호령해대면? 그게 허장성세(虛張聲勢)!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전문화일보 논설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