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북한 국경지대, '국제인권감시단체' 파견해야‥얼마나 많은 탈북자가 북송돼 처형당하는지 사태파악 시급
  • ▲ 왼쪽부터 13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김석원 평양시민회 회장, 11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18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 왼쪽부터 13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김석원 평양시민회 회장, 11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18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탈북하고 북송됐는지 숫자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얼마나 많은 북한여성들이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는지, 또 중국공안에 부모가 체포돼 고아가 된 북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사태파악이 시급합니다.”

    18일 동안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를 위해 단식을 감행했던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소 원장이 지난 26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다.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유엔이 앞장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바람을 담아 반 총장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

    이 원장은 “북한은 현재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로부터 이어온 3대 세습의 대물림을 성공하기 위해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며 “최근 북한주민들에 대한 공포정치로 북한 전역에 죽음과 살인의 공포가 휘몰아치고 있다”고 북한의 실상을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형편에서 살기위해 도망쳐 나온 탈북자들은 분명히 국제법이 규정하는 난민임이 틀림없기에 이들의 생존권은 보장받아야 하고 보호되어야 한다”며 힘주어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중국과 북한의 국경연선 전 지역에 국제인권감시단체(Human Rights Watch)를 파견해 북한주민들이 얼마나 탈북하고 있으며 북송돼 처형되고 있는지 파악해 달라"는 요청을 반 총장에게 했다.

    이 원장은 "이같은 조치가 당장 북한을 변화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중국의 변화는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앞서 이 원장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집회에 참가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내 안 원장의 참여를 유도한 바 있으며, 방송인 김제동에게 <탈북자를 위한 희망콘서트>의 공동진행자로 나서줬으면 한다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 ▲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上),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下).
    ▲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上),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下).

    다음은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소 원장이 반기문 UN사무총장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

    반기문 사무총장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15년 전 대한민국에 정착한 탈북자 이애란입니다.

    국제적인 업무로 몹시 바쁘실 사무총장님께 편지를 드립니다.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왔지만 가족의 생사도 모르고 지내거나 탈북과정에 온 가족이 정치범수용로 끌려가 생죽음을 당하는 등 슬픔과 고통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이 바로 탈북자들입니다.

    북한의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의 대물림을 위해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주민들에 대한 공포정치로 이어져 북한의 전역에는 죽음과 살인의 공포가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편에서 살기위해 도망쳐 나온 탈북자들은 분명히 국제법이 규정하는 난민임이 틀림없으며 이들의 생존권은 보장받아야 하고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국민이시고 한민족의 피가 흐르는 반기문총장님께서 평화와 생명을 지키기 위한 유엔의 수장으로 계시면서도 이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저는 반기문총장님께 간절히 요청합니다.

    북한주민들이 얼마나 탈북하고 북송되는지 숫자도 제대로 파악이 되어있지 않고 있습니다. 또 얼마나 많은 북한여성들이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는지, 또한 중국공안에 체포되어 엄마가 북한으로 끌려가 고아가 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사태파악이 시급합니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연선 전 지역에 국제인권감시단체(Human Rights Watch)를 파견해 북한주민들이 얼마나 탈북하며 북송되어 처형되는 숫자는 얼마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셨으면 합니다.

    반기문 총장님께서 조용한 외교로 하시거나 적극적인 외교로 하시거나 하는 방법상의 문제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 사태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를 만들고 이에 기초하여 이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러한 조치가 북한은 변화시키지 못 할지도 모르지만 중국의 변화는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쁘신 총장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 너무 많지만 여기서 줄입니다. 부디 건강하셔서 세계의 평화와 전 세계 인류의 번영을 위해 그리고 남북한의 통일과 북한주민의 해방과 평화를 위해 더 많이 활약하시기 바랍니다.

    2012년 3월 26일 탈북자 이애란

  • ▲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上),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下).

    ◆ 이애란 박사는? = '탈북여성 박사 1호'로 잘 알려진 이애란(48·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은 1997년 4개월된 아들, 부모와 함께 탈북, 15년째 남한에 정착해 살고 있다.

    1964년 평향에서 태어난 그녀는 11살 때 '월남가족'이라는 이유로 일가족이 양강도로 추방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신의주경공업대학 신료공학부 졸업 후 북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13년간 품질감독 등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남한으로 넘어온 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석·박사 과정을 수료, 현재 북한전통음식연구원장과 경인여자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0년 3월 탈북 여성을 도운 공로로 미 국무부로부터 '용기 있는 국제여성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같은해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글/사진 : 윤희성 기자 ndy@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