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5일 정상회담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 이후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양국간 공조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 정상회담은 북한이 지난 16일 `광명성 3호' 발사 계획을 발표한 지 열흘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됐다.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후 한반도 정세의 유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두 나라 정상 간 첫 회담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양국 정상간 논의는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 만찬까지 3시간가량 이어졌다.

    ◇"北 로켓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 = 양국 정상은 북한의 로켓 발사 계획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와 북ㆍ미간 `2ㆍ29 합의'를 깬 것이라고 명시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는 북한의 경우에는 여느 나라와 달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로켓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핵탄두를 탑재해 공격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의 최근 움직임이 핵무기 개발과 직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위성 발사를 평화적 목적이라는 명분을 내건 북한이나, 미사일 문제가 공식 의제가 아니라는 중국의 주장에 대해 반박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26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과 회담이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은 "의도적인 도발에 눈감아 주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했다"면서 "북한의 행동에 좀 더 근본적인 변화를 주도록 해야 한다"고 중국에 대한 협력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정상회의의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두고 정상회의 의장인 이 대통령과 직전 의장인 오바마 대통령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어떤 형태로든 이 같은 분위기가 핵안보 정상회의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발-보상의 악순환 끊어야" =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계획을 강행할 경우 인도적 식량 지원도 없을뿐더러 추가 제재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강하게 경고했다.

    북한이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과거처럼 `벼랑끝 전술'을 통해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판'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제껏 북한이 국제 사회를 위협하고 도발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보상을 해주는 사이클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면서 "이번에야말로 국제 사회와 합의를 어기고 미사일 발사 강행할 때 손해를 보는 쪽은 북한 자신만이 될 것이라는 데 양국이 분명한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국 정상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구체적인 후속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려는 의도에 휘말리는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서도 "국제법에 역행하는 행동은 중지해야 한다"고 전제함으로써 로켓 발사 계획을 접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화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천명했다.

    ◇"FTA 양국에 이익" =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지난 15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첫 번째라는 의미도 있다.

    두 정상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에서 재협상을 넘어 `폐기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을 의식한 듯 한미 FTA가 일자리 창출과 교역ㆍ투자를 확대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조기에 실질적 성과를 내도록 협력키로 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미 FTA가 양국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교역과 투자를 확대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실질적 성과를 거두도록 협력키로 했다"고 말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더 많은 일자리와 기회가 근로자와 기업들에게 제공될 것이며, 이는 양국에 혜택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첫 방한 일정은 DMZ 방문 =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25일 방한 첫 일정으로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함으로써 북한의 도발에 강경 대응 의지를 시사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천안함 피격 2주년(26일)을 하루 앞두고 북한과 대치 중인 최전방을 찾음으로써 이 같은 의미에 한층 무게를 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록 오바마 대통령이 특별한 대북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전투복을 착용한 한미연합사령관과 합참의장을 대동한 채 임기 중 처음으로 DMZ를 찾은 것 자체가 강력한 의미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재임 중 11번째로 우리나라 대통령 중 역대 최다를 기록했으며, 오바마 대통령과는 이번까지 모두 7번의 회담을 개최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번이 세 번째 방한으로 미국 대통령 중 4년 단일 임기 내 최다 방한 기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