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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20여명 "탈북자 인권도 마땅히 존중해야"
탈북자 강제북송을 저지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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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양주시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 소속된 장애인 20여명이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남양주시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 소속된 장애인 20여명이 16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옥인교회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그들은 "탈북자들도 인권이 있다"며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옥인교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7일째 벌이고 있는 김석원 평양시민회 회장은 "장애우 분들이 나와 주신 것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탈북자들의 북송은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기에 중국정부가 하루빨리 탈북자들은 난민으로 인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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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인 시위 중인 명관도씨.
2시부터 열린 장애우들의 집회가 끝나고 한 청년이 1인 시위를 하겠다며 옥인교회 앞에 나섰다.
그는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요청에 "할 말이 없다"며 침묵을 지켰다.
단, 자신이 이름이 '명관도'라는 것만 밝혔을 뿐 1인 시위에 나선 이유와 다른 신상에 관한 질문에는 한사코 말문을 열지 않았다.
명씨는 "리벌티 헤럴드라는 인터넷 신문을 보고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오게 됐다"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나왔을 뿐 다른 의도나 배경은 없다"고 말했다.
◆ 벽안(碧眼)의 외국인도 "탈북자 인권 보호" 목청 높여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가 남북한의 테두리를 벗어나 국제이슈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례로 최근 집회 현장을 둘러보면 탈북자 인권과 강제북송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외국인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날도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집회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총 2명의 외국인이 이날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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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인 로렌이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를 위해 의견을 말하고 있다.
미국에서 살다 3년 전 한국에 처음 들어왔다는 로렌 워커(26·Lauren Walker)는 알칸소 주립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한 여성이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관련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했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에서 국제 인신매매와 난민 문제를 다루는 사회단체에서 1년간 일하며 북한 탈북자들의 인권과 강제북송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돼 한국으로 들어오게 됐다.
로렌은 "항상 인권에 관해서 관심이 많았다"며 "한국에 들어와 탈북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했고 도움을 주고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인 정세나 정치적인 문제는 잘 모르지만 그냥 탈북자들의 고충을 듣고 도저히 모른 척 할 수 없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집회를 나오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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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위스인 비키,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를 위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들어온 스위스인 비키 얀센스(25·Vicky Janssens)도 이날 집회에 참가, 탈북자 인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아시아학을 전공하는 비키는 평소 한국의 젊은 대학생들을 포함해 미국, 노르웨이, 캐나다 등 각지에서 모인 외국인 학생들과 탈북자 인권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고.
비키는 "친구를과 탈북자 강제북송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곳에 꼭 나오고 싶었다"며 "중국이 탈북자들을 북송하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위법행위와 탈북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 역전의 용사들, 다시 한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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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김석원 평양시민회 회장,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지난 달 21일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의원이 단식농성을 시작했고 이틀 뒤 23일엔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이 단식에 동참했다. 그들은 각각 십수일간 단식 투쟁을 벌이다 쓰러져 나란히 앰뷸런스 신세를 졌었다.
박선영 의원은 퇴원 후 건강을 회복할 틈도 없이 휠체어를 탄 채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했다.
그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주관한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의 대화> 세션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박 의원은 16일 입국과 동시에 옥인교회 앞을 찾아왔다.
박 의원은 "제네바에서 외국대표들을 만나서 북한 탈북자 인권과 강제북송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외국대표들이 오히려 더 강하게 강제북송을 저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고 이슈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비겁했던 것 같다"면서 "조금 더 빨리 움직였어야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생기기도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애란 원장은 지난 달 23일, 박 의원이 혼자 시작한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를 위한 단식농성>에 스스로 뛰어들었다.
그는 박 의원이 병원에 후송된 뒤에도 홀로 옥인교회 앞을 지키며 18일간 단식농성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 15일 오후, 이 원장 역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1997년 탈북해 15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 원장은 탈북자 최초로 단식농성에 참가, 박 의원이 지핀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한 장본인이다.
그는 병원에서 기력을 회복하자마자 16일 다시금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옥인교회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공개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스위스에서 돌아온 박선영 의원과 저간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원장은 박 의원과, 7일째 단식 중인 평양시민회 김석원 회장과 함께 한 자리에서 "북한주민의 인권이 향상 되면 모든 북한문제가 해결 된다"며 "박 의원이 정말 큰일을 하고 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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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선영 의원과 뒤쪽의 이애란 원장.
글/사진 윤희성 기자 ndy@newdail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