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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14일(현지시각) 오전 제네바 유엔본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데일리
문제는 ‘건강’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속이 타들어갈 지경이다.
몇 시간이나 쉬었을까. 벌써 한 달 가까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빽빽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이번엔 난지천공원 범국민 걷기대회다. 11일간의 ‘단식 투쟁’에 이어 스위스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UNHRC)’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탈진으로 쓰러진 이후 아직까지 휠체어가 없으면 이동이 힘들 만큼 몸도 성치 않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다.
“탈북자들을 구할 수만 있다면 나 하나쯤 죽어도 좋다”는 그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중국에 억류된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에 나선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의 거침없는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15일 박선영 의원으로부터 메일이 한통 날아왔다.
안녕하십니까?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입니다.
최근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관한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실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99%의 탈북자들이 제일 먼저 접하는 국가가 중국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탈북자들을 단순히 ‘불법월경자’로 취급해서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중국이 한국으로 향하던 탈북자들을 함정수사 하여 체포하고 이들을 강제북송하면서 탈북자 문제가 국제사회의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탈북자들은 단순히 경제적 이유로만 탈북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 유례없는 3대세습의 독재정권아래에서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난민’입니다. 그들이 북송된다면 공개총살되거나 평생 극심한 고문이 예상되는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될 것입니다. 북송되면 ‘3족을 멸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엄포에 따라 그 가족들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현재 중국 심양에 있는 구치소에 억류되어 있는 탈북자 가운데는 탈북과정에서 태어난 생후 20일된 갓난아기(현재 생후 1개월)와 14개월된 아기(현재 생후 15개월)를 포함해서 14, 16, 17, 19세의 미성년자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체포된 100여 명의 탈북자들은 모두 한국으로 오기 위해 기차나 버스를 타고 움직이다 잡힌 사람들입니다.
언제까지 생명을 담보로 남한의 가족을 찾아 꽁꽁 얼어붙은 죽음의 두만강을 건너 고난의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우리 동포들의 목숨을 모른 척해야 할까요? 이제라도 우리 모두가 떨쳐 일어나 국제사회와 무관심을 일깨워야 할 때입니다.
중국은 G2국가로 불리울 만큼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중국이 UN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의 가입국으로서, 21세기에 걸맞는 인권국가로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전 세계인이 깨어 감시하고 독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에 함께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열고자 오는 3월17일(토) 10시부터 서울 난지천공원 내 난지잔디광장에서 “탈북자 강제북송반대 범국민 걷기대회”를 개최합니다.
현재 중국에 억류중인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막고, 국제사회에 이들의 소식을 알려서 탈북자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함께 발걸음해 주십시오!
중국 공안과 북한 당국의 서슬퍼런 감시로, 북송의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는 탈북동포들에게 작지만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참여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박선영 배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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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2시30분경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11일째 단식을 이어오던 중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데일리
메일을 읽고 다시 한 번 날짜를 확인했다. 16일 오후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바로 다음 날 행사를 잡은 것이다. 이미 그에게 여독은 문제가 되지 않은 듯 했다.벌써 하루 이틀이 아니다. 지난달 21일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를 위해 단식투쟁을 시작할 때부터 박선영 의원은 자신을 버리기 시작했다.
실신할 때도 그랬다. 단식투쟁 중 탈진으로 쓰러지면서까지 탈북자들의 인권 문제를 걱정하던 그였다.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로 떠날 때도 의사들이 모두 만류했다.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장거리 비행길에 오르게 되면 건강이 더욱 악화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의원은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할 뿐이었다. “내 몸은 어찌돼도 좋다.” 주변 사람들은 말리다 못해 두손 두발 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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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과 새누리당 안형환 의원이 14일(현지시각) 오전 제네바 유엔 북한대표부 우편함에 탈북자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넣고 있다. ⓒ뉴데일리
다행히도 제네바 일정은 성공적이었다. 남북(南北)이 충돌하기도 했지만,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로버트 킹 미국 대북인권특사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탈북자 인권 문제에 마침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끊임없는 도전 끝에 유엔 북한대표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제껏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이다. 서한을 읽고 북한이 갑자기 변화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역사상 처음으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서한을 직접 전달했다. 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의미 있는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다. “탈북자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그날까지 자신을 불태우겠다”고 외치는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작지만 강한 여인이다.
그리고 이제 많은 사람들은 박선영을 ‘아름다운 의원’, ‘탈북자의 대모’라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