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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강제북송 반대집회>가 매일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효자동 옥인교회 앞에 한 낯선 대형 버스가 들어섰다.
버스 앞 유리를 보니 <하버드 대학교 아카펠라공연팀>이란 문구가 쓰여 있다.
'혹시 여기에서 공연을 할 생각인가?'
궁금한 생각이 들어, 교회 앞에 정차한 녹색 버스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막상 차에서 내린 이들은 공연 대신, 집회 장소 주변을 한 바퀴 빙 둘러보더니 다시 차량에 올라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대체 이 낯선 이방 청년들은 이 곳에 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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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버드대 아카펠라공연팀이라는 문구가 적힌 버스가 옥인교회 앞으로 들어왔다.
■ 13일 오후 4시 옥인교회 앞
미국 하버드대학교 아카펠라그룹 '언더 컨스트럭션(Under Construction)' 팀을 태운 버스가 중국대사관 맞은편 옥인교회 앞에 정차했다.
하버드대 아카펠라팀은 이곳에 잠시 차량을 세우고 집회가 벌어지는 장소를 둘러봤다.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집회>를 돕는 '탈북난민구출네트워크'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이곳에서 아카펠라공연을 펼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하버드대 아카펠라팀은 무슨 이유인지 집회 장소 주변만 살짝 둘러보고 다시 차량에 올라 탔다.
이와 관련 하버드대 아카펠라팀 관계자는 "인터뷰와 사진촬영은 될 수 있으면 자제해 달라"며 "방송이나 신문에 보도가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 팀 멤버가 있기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또 관계자는 "하버드대 아카펠라팀의 멤버들은 모두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하나의 색깔일 수 없다"며 "다민족이 모인 만큼 하버드대 아카펠라팀이라는 대표성을 띄고 이곳에 방문했다는 사실이 팀멤버 중 누군가에게는 원하지 않는 보도일 수 있기에 민감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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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버드대 아카펠라공연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첫 공연도 탈북자교회에서‥
하버드대 아카펠라팀은 지난 11일 순회 공연차 한국을 방문했다.
도착 직후 이들은 서울 개봉동에 위치한 탈북자교회 열방샘교회에서 첫 공연을 펼쳤다.
하버드대 아카펠라팀의 한인 최은희씨는 "이번 순회공연에선 한국의 여러 교회와 학교들을 포함해 저소득층 학생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희망의 메시지를 나누려고 계획하고 있다"면서 "특히 어지러운 남북정세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평화의 바람에 힘을 보태고자 휴전선 주변의 교회와 탈북민 학교, 교회에서도 공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2일에는 '서울역 광장 북한을 위한 기도회'에서 공연을 했고 14일에는 TV 조선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박정현의 PS I Love You'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오는 17일 오후 5~7시 연세대 각당헌에서 벌어지는 공연을 끝으로 18일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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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자들의 어려움을 고발하고 있는 포스터를 보면서 한국인 학생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 하버드대 아카펠라팀, 알고보니 따뜻한 청년들‥
하버드대 아카펠라팀은 공연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범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탈북자의 인권이나 강제북송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을 표현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중국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일 수 있다.
하버드대의 아카펠라 팀은 남녀·다인종 1∼4학년 18명으로 구성됐다. 1985년 창단된 후 하버드대 캠퍼스를 비롯, 뉴욕 워싱턴D.C. 캘리포니아 등 미국과 한국 중국 그리고 캐리비안해의 바베이도스섬 등에서 공연했다.
글/사진 윤희성 기자 ndy@newdail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