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연, 입양, 탈북자 북송반대 일맥상통 ‘차인표’김제동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과연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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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제동(왼쪽), 차인표(오른쪽)
    ▲ 김제동(왼쪽), 차인표(오른쪽)

    최근 소셜테이너(society+entertainer) 혹은 폴리테이너(politician+entertainer)의 대표 주자로 불리는 차인표와 김제동. 이들 중 누가 더 진정성을 갖췄을까?

    지난 19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차인표에게 MC 이경규는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정계에 진출할 목적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차인표는 “정치 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저랑 맞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

    차인표는 그동안 <탈북자 강제북송 중지 호소 1인 시위>, <콘서트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 <옥인교회 앞 'Save My Friend' 집회> 등에 참가해 왔다.  

    '탈북자 강제북송'과 '정계 진출'이라는 화두가 나오자 질문은 자연스럽게 김제동에게 이어졌다.

    이경규는 평소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발언과 활동을 많이 했던 김제동에게도 “선거에 나온다는 소문이 많았는데 혹시 이번 총선에 출마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제동은 “저도 정치할 생각 없어요”라고 말하며 “현재로서는…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경규는 '애매한 대답'이라고 농담을 건넸고, 차인표도 “혹시 저랑 같은 지역구로 나가시나요?” 라고 웃으며 농을 쳤다.     

    그러자 김제동의 표정은 순간 굳어지는 듯 했다. 또, 곧바로 크게 웃는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과장된 느낌마저 들었다.

  • ▲ 힐링캠프에 출연한 차인표와 김제동.
    ▲ 힐링캠프에 출연한 차인표와 김제동.

    김제동은 자타가 공인(?)하는 ‘소셜테이너’다. 그간 사회적 이슈에는 빠짐없이 모습을 보이고 발언을 해왔다. 하지만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묵묵부답이다. 최근까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다며, 구럼비 바위를 지킨다며, 제주에만 10여차례 다녀가는 적극성을 보여 왔다.

    네티즌들은 방송이 나간 뒤 데뷔 이후 18년 동안 기부와 봉사, 공개입양을 해왔던 차인표를 ‘휴머니스트’라고 극찬했다. 그리고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에 목소리를 내는 그에게 김제동과는 ‘격'과 '차원'이 다른 연예인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방송 내내 차인표가 보인 모습에서 '일관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김제동에게선 표리부동한 '이중성'을 봤다고 질타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제동은 "현재로선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현재로선? 이는 나중에 정치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자신의 마음 속에 정치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다면, 차라리 "지금은 시기적으로 안맞고 다음 기회에 꼭 도전해 보고 싶다"고 밝히는게 더 당당하지 않았을까?

    '정치를 할지 말지 아리송하다', '지금은 생각이 없지만 나중엔 나도 모르겠다…?' 그의 속내가 정말로 이러하다면 대단히 무책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평범한 연예인이라기보다 자신이 출사표를 던질 기회만을 노리는 정치인과 흡사해 보인다. 특히 보편적 가치인 '인권 보호'를 부르짖는 '탈북자 북송 문제'에 대해 현재까지 단 한 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는 모습 또한, '표밭'을 의식해 몸을 사리는 일부 정치인의 행동과 똑같다.

    하지만 차인표는 달랐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삶을 떳떳이 이야기하고 평소 품은 소신을 당당히 피력했다.

    특히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서는 '인간의 생명 존중'이라는 자신의 오랜 믿음에 위배되는 일이기에 분연히 일어섰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김제동이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에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탈북자들의 인권이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보다 못하다는 것인가?

    김제동은 자신이 이른바 '소셜테이너'라면 마땅히 탈북자를 살리자는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적어도 '강제 북송'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밝혀야 옳다. 김제동이 지금처럼 특정 이슈에만 목소리를 높이고, 정작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외면한다면, 앞으로 그가 어떤 행동과 말을 하더라도 그것은 '가식'이고 '편향'이다.

    반면 차인표는 이날 방송에서 자신의 '일관성'을 사심없이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기부, 봉사, 입양에 대한 그의 설명도 결국 '생명 존중'이라는 하나의 진리에 입각했기에 더욱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탈북자 강제북송을 저지하기 위함도 결국 '생명에 대한 존중'이었다.

    차인표는 한국컴패션이라는 단체에서 2006년 인도의 작은 마을로 봉사를 떠나면서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현재 50여명의 어린이들과 결연을 맺어 매달 1인 당 4만 5,000원의 후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그는 아내 신애라와 함께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2명의 딸을 공개 입양했다.

    탈북자 강제북송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 국민과 세계시민에게 호소문을 낭독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선 진실을 보여야 한다"는 그의 말에도 일관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 

  • ▲ 힐링캠프에 출연한 차인표와 김제동.

    이날 김제동은 줄곧 말이 없었다.

    그리고 차인표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그는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렇게 재미있게 살아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주어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나눔에 동참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는 말로 이해했다.

    탈북 여성 1호 박사로 유명한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은 지난 18일 김제동에게 “북한 주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휴먼콘서트에 공동 진행자로 나서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 원장은 지난 달 23일부터 18일간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를 위해 중국대사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인바 있다.

    이 원장은 편지에서 “김제동씨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고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에게 촌철살인의 명대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몇 안되는 스타다. 그래서 이렇게 편지로 김제동씨를 초대하려고 한다”고 적었다. “배고파 탈북한 어린 아기와 청소년, 여성과 노인들이 살고자 한 죄 때문에 죽어야 하는 현실 앞에 침묵하는 것은 살인을 방조하는 것이다. 휴먼콘서트를 통해 북한 주민도 사람인 것을 남한의 젊은이들에게 알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제주도 구럼비 바위도 소중하지만, 북한 주민의 생명도 소중하다. 구럼비 바위 지키러 10번 갈 때 탈북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콘서트에도 몇 번은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번 차인표·이성미·박미선·김범수씨 등 49명의 연예인들이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콘서트를 열고 ‘탈북자와 북한 주민의 고통을 위해 함께 울자’고 호소할 때 그동안의 외로움과 슬픔은 사라지고, 얼마나 고마웠는지 지금도 그날의 감동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도록 감사하다”고 첨언하기도 했다. 

    탈북자 단체가 주관하는 ‘휴먼콘서트’는 젊은 세대가 북한의 참담한 인권 실상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는 31일 오후 서울광장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전국을 순회하며 개최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중국대사관 앞에서 단식하면서 발표한 호소문에서 "처음 대한민국에 왔을 때 천성산 도롱뇽(지율 단식으로 유명) 때문에 일어났던 단식과 엄청난 촛불을 보면서 생명을 중시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에 큰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생명이 도롱뇽보다 가치 없음에 눈물이 난다"고 했다.

    김제동은 아직 이 원장에게 답을 주지 않고 있다. 김제동의 반응이 궁금하다.

    방송에 나온 차인표의 주옥같은 발언을 모아 보았다. 

    [차인표 어록]

    "재미교포라서 영주권이 있었다. 영주권을 포기하고 군대를 갔다. 안 가려면 편법을 쓰거나 꼼수를 써야 했다.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턱걸이를 50개 하는 방법은 1개부터 하는 것이다. 시작하지 않는 사람은 평생 0개 밖에 하지 못한다. 그만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힘든 턱걸이를 하면서 마지막 순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때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그게 나눔이다"

  • ▲ 힐링캠프에 출연한 차인표와 김제동.

    "죄를 안 짓는 게 아니라 잘 숨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2006년 배고프고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돕겠다고 결심하고부터는 가치관을 바꿨다. 이제는 술집도 가지 않는다. 술집 다니면 술친구가 많아지고 봉사를 다니면 봉사 친구들이 많아진다."

    "한달에 4만 5,000원을 내면 한 아이의 가정과 사회를 살릴 수 있는데 내가 번 돈이 이렇게 소중하게 쓰이는데 유흥업 하시는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그렇게 큰 돈을 술값으로 쓸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 힐링캠프에 출연한 차인표와 김제동.

    “중국정부에 잡혀있는 30명의 탈북자들이 강제북송 된다면 중국에 있는 수 만 명의 탈북자들의 운명은 뻔하다. 그들에게는 희망이 사라진다.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 없어지는 것이다.”

    “탈북자들은 얻어맞아도 배고파도 하소연할 때가 없고 감옥에 갇혀도 변호사를 살 돈도 없다. 신음 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울음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암흑으로 빨려 들어간다.”

  • ▲ 힐링캠프에 출연한 차인표와 김제동.

    “4살 때 집 앞 마당에 지하실로 통하는 쪽창이 하나 있었다. 머리가 들어가는 지 궁금해서 집어넣었는데 들어가기는 했지만 빠지지 않았다. 두려운 마음에 소리 내어 울었지만 어둠속으로 울음소리는 빨려 들어갔다. 5살이던 형이 나를 발견하고 동네를 떠나가도록 울었다. 형이 우는 소리를 듣고 어머니가 저를 끄집어냈다. 대신 울어준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지금 탈북자들은 울어도 아무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같이 울어줘야 된다. 태어났으면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중국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저는 탈북자 강제북송이 멈추는 그 날까지 같이 울 것이다.”

    "내가 잘났다는 것, 옳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이다"

  • ▲ 힐링캠프에 출연한 차인표와 김제동.

    "공개 입양한 딸들이 있다. 대한사회복지회에 갔는데 한 아이가 '밥 맛있겠다. 나도 먹고 싶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내 아내가 '밥 여기서 먹잖아'라고 말했다. 그 아이는 '아니요. 식판에 말고요'라고 말했다. 태어나서부터 그때까지 항상 차가운 식판에서만 밥을 먹었다는 그 초등학생을 보고 입양을 결심했다."

    "대만으로 출국해 한류라는 것을 처음 경험했을 때 몇 명의 팬이 와 있든지 최선을 다해서 할 사인을 할 것이리고 다짐했다. 만일 사인회장에 한명이 있더라도 한국에서 초청 받았으니까 한국 연예인으로 성심성의껏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건 내 뒤로 한류의 바람을 타고 올 후배들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좋은 대접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팬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으로 한류를 이어갔으면 한다. 돈벌고 떠나는 게 아니라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준다는 생각으로 살기를 바란다."

    글 윤희성 기자 ndy@newdaily.co.kr
    사진 =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 차인표>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