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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돌아왔다.
가녀린 체구로 18일간 목숨 건 단식투쟁을 벌였던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소 원장이 이번엔 따뜻한 온기(溫氣)를 품고 옥인교회 앞에 나타났다.
지난 11일 탈수증세로 쓰러진 뒤 정확이 5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 원장은 한층 건강해진 모습으로 기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여기서 또 뵙네요. 밥은 먹고 다니세요?"
말 한 마디에도 진심이 느껴진다.
일종의 '동지애(同志愛)'라고나 할까. 2주간 '죽음의 사선'을 넘나든 그와, 곁에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 기자 사이에 뭔가 끈끈한 것이 이어진 느낌이다.
기자의 차디찬 손을 꼭 잡으며 한사코 "한술 뜨고 가라"는 이 원장의 모습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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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이 건넨 음식은 따끈한 평양온반이었다.
마치 온반의 '온기'로 멀리 타국 땅에서 떨고 있을 탈북자의 마음마저 덥히려는 듯, 고명 하나, 닭고기 한 점에도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다.
꿀보다 달큰한 온반을 정신 없이 들이키고 있는 기자에게 이 원장은 "평양온반에는 깊은 사연이 있다"며 재미난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줬다.
그가 들려준 평양온반의 사연은 한 편의 그림 같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였다.
평양성에서 사랑을 나누던 한 쌍의 연인에게 위기가 닥쳤다.
총각이 억울한 일로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힌 것. 처녀는 식음을 전폐하고 총각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주변에서 처녀의 건강을 걱정해 닭 육수, 닭고기, 녹두지짐, 각종 나물을 준비해줬다.
하지만 처녀는 옥에서 고생할 총각을 생각하면서 음식을 먹지 못했다.
자신보다 더 많은 고생을 할 총각을 위해 처녀는 상에 놓인 모든 음식을 닭 육수에 말아 총각에게로 달려갔다.
처녀는 뜨거운 국에 녹두지짐을 덮은 밥그릇을 치마폭에 몰래 감추어 총각에게 안겨주었다.
...그리고 총각은 옥에서 나와 처녀와 결혼했다.
이 둘의 결혼식에서 처음으로 평양온반이 잔치음식으로 제공됐고 이때부터 북한에서는 결혼식 음식으로 평양온반을 준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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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평양온반은 사랑의 매개체였다.
이 원장이 이 평양온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람들에게 권하는 것은 사랑 때문이었다.
원래 하나였던 대한민국과 북한이 다시 하나로 돌아가고 사랑할 수 있도록….
그 마음을 평양온반에 담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글/사진 윤희성 기자 ndy@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