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계약 공증 부동산 중개인 엘리사 서(Elisa Suh) "정연씨가 직접 자필 서명했다"
  • 노정연 “렌트해서 살았던 적은 있지만 사려고 한 것은 아니다”

    엘리사 서 “파는 계약이 맞고 정연씨가 계약서에 자필 서명했다”

    ‘13억 돈상자’ 사건을 밝힐 결정적인 증언이 나왔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37)씨와 미국 변호사 경연희(43)씨가 허드슨클럽 435호를 매매계약 할 당시 재미교포 부동산 중개인 엘리사 서(Elisa Suh)씨가 함께 자리에 있었고 계약을 공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증인(notary) 서씨는 5일(현지 시각) “(2007년 10월8일) 경씨가 정연씨에게 그 집을 파는 계약을 맺은 게 맞고 당시 정연씨가 계약서에 ‘Roh’라는 자필 서명도 했다”고 밝혔다.

    서씨는 또 “정연씨와 경씨가 친해 보였는데 당시 (저는) 정연씨가 노무현 대통령 딸이라는 것도 알았지만 집을 사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냥 ‘대통령 딸인가 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고급 아파트 단지인 허드슨 클럽. ⓒ새누리당 이종혁 의원 제공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고급 아파트 단지인 허드슨 클럽. ⓒ새누리당 이종혁 의원 제공

    이어 “둘 사이의 계약이기 때문에 꼭 공증인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는데, (경씨 회사) 직원인 내가 공증 자격을 갖고 있으므로 (공증을 해두는 게) 더 확실하다고 여긴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뒤늦게 사실을 털어놓은 이유에 대해선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해 광고도 내면서 일을 잘해보려고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이름이 적힌 서류(435호 계약서)가 나돌기 시작했다. 내가 불미스러운 일에 연결된 것처럼 비치는 게…”라고 했다.

    서씨의 증언은 정연씨가 경씨에게 허드슨 클럽 400호와 435호 두 채를 한꺼번에 사려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사실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400호는 3년 전 중수부 수사에서 정연씨도 사려고 계약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대검 중수부는 3년 전 정연씨가 집 두 채를 동시에 구입하려 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하다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수사를 접었다.

    하지만 최근 경씨와 가까웠던 카지노 전직 매니저 이달호(45)씨의 폭로로 사건 수사가 재개됐다.

    당사자인 경씨가 부인하면 사건이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435호 계약’의 유력한 증인인 서씨의 등장으로 13억원 출처를 둘러싼 의심도 더 짙어지고 있다.

    서씨의 증언은 3년 전인 2009년 대검 중수부가 노정연씨의 집 구입을 둘러싸고 확보한 단서와 의문이 사실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유력한 정황증거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당시 중수부에서 “2007년에 청와대에서 노 전 대통령 부부, 정상문 총무비서관과 식사를 하다가 권 여사가 ‘애들 살 집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큰 일’이라고 말했고, 내가 ‘걱정 마시라. 제가 해드리겠다’고 답한 뒤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중수부는 박 전 회장이 140만달러를 권 여사와 정연씨 측에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고, 정연씨로부터 “허드슨 클럽 400호를 사려고 계약한 것은 사실”이라는 진술도 받았다.

    하지만 정연씨는 엘리사 서씨가 공증했다는 435호에 대해선 “렌트(임대)해서 살았던 적은 있고 임대료와 보증금조로 5만달러를 경씨에게 준 것은 맞지만 사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이달호씨의 계약서 폭로와 이를 뒷받침하는 엘리사 서씨의 증언은 이 같은 정연씨의 진술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고급 아파트 단지인 허드슨 클럽. ⓒ새누리당 이종혁 의원 제공

    노정연-경연희씨가 체결한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클럽 이면계약서 ⓒ새누리당 이종혁 의원 제공

    반면 엘리사 서씨의 증언은 매우 구체적이다. 앞서 말한 것 외에도 서씨는 계약서에 경씨가 세운 부동산 투자회사인 EV사 로고가 찍혀 있는 것에 대해 “공증 당시 나는 EV사 직원이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정연씨가 집 두 채를 살 돈을 어떻게 조달하려 했고, 실제 조달했는지가 핵심 의문이다.

    이달호씨가 “2009년 1월 초 경씨가 노정연씨에게 전화로 돈을 부탁했고, (정연씨 쪽에서 준 것으로 추정되는) 13억원을 환치기해 100만달러로 받았다”고 폭로한 ‘13억 돈상자 사건’과 연관될 수 있는 부분이다.

    경씨가 문제의 허드슨클럽 400호와 435호를 2006년 분양받을 때 간여한 변호사 A씨에 따르면, 당시 분양가는 400호가 151만달러, 435호가 130만달러로 두 채를 합치면 280만달러가 넘는 거액이다.

    경씨와 정연씨가 집 두 채를 계약한 2007년 미국은 부동산 가격이 치솟을 때여서 실제 매매가격은 그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라고 뉴저지 현지의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추정한다.

    하지만 3년 전 대검 중수부의 수사에서 정연씨나 권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받은 것으로 확인된 돈은 140만달러뿐이다. 박 전 회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13억원을 준 일이 없다”고 진술했다. 2009년 1월 박 전 회장은 이미 탈세로 구속돼 있어서 돈을 줄 형편도 아니었다.

    13억원이 박 전 회장과 상관이 없고 이달호씨 말대로 정연씨 돈이 맞다면, 박 전 회장 아닌 누군가가 정연씨의 집값을 대줬거나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돈을 환치기해 보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검찰은 미국시민권자인 경씨를 조사하면 모든 미스터리를 풀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