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정부 론스타 정체 알고도 승인” 주장 제기원’에 맞춘 입금, 자금거래 전표 실종
  •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에 걸쳐 진행됐던 ‘론스타 펀드’의 외환은행 인수에 ‘검은머리 외국인’ 자금이 최소한 6,350억 원 포함돼 있으며, 이를 알고도 당시 금융감독당국이 승인을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 '김앤장'이 금감위에 보낸 공문.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 승인'이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말한다.
    ▲ '김앤장'이 금감위에 보낸 공문.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 승인'이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말한다.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이하 외환은행 범국본)’ 사무총장으로 활동 중인 김준환 유한대 교수는 지난 4일 “론스타와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외환은행 인수 당시 6,350억 원 규모의 ‘검은머리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정황과 금융감독당국이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은행법까지 어겨가며 론스타에 매각을 승인한 증거 등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김준환 교수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은 인수대금이 ‘달러’가 아닌 ‘원화’ 단위에 맞춰져 있는 점과 환전 전표가 사라진 점,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은행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론스타’에 매각한 점 등에서 나타난다”고 밝혔다.

    ‘텍사스’가 고향인 기업이 ‘원화()’로 맞춰 송금?

    ‘론스타’ 펀드는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대선 전날인 2002년 12월 18일 조세피난처인 룩셈부르크에 ‘LSF-KEB Capital Investment SarL’이라는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주금 납입과 증자를 마무리 한 2003년 10월 31일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문제가 여러 번 드러난다. 여기에 당시 금융감독당국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은행법’ 상의 예외조항 등을 들어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큰 소리쳤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후 이를 수사한 검찰까지도 같은 소리를 했다.

    하지만 김준환 교수가 보여준 자료에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수 없이 나타났다. 첫 번째는 바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대금 납입 내역. 이 내역은 론스타의 국내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2005년 10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 중 일부다.

    이에 따르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대금은 JP모건체이스은행과 도이체방크, HSBC, 호주국립은행(NAB)을 거쳐 국내로 들어왔다. 이 가운데 NAB와 HSBC, 도이체방크를 통해 입금된 금액들이 특이하다.

    2003년 10월 30일 입금된 금액 중 867만3,779달러 17센트, 3,380만1,352달러 5센트, 3,476만4,470달러 71센트, 3,478만2,608달러 70센트, 3,913만7,241달러 26센트, 4,513만1,053달러 64센트가 NAB를 통해 입금했다. 달러로만 보면 이상한 점이 없다. 하지만 이를 당시 환율에 따라 ‘원화(KRW)’로 바꾸면 각각 100억 원, 390억 원, 400억 원, 400억 원, 450억 원, 520억 원으로 딱 맞아 떨어진다.

    도이체방크를 통해 입금된 것도 그렇다. 2003년 9월 30일 오후 5시 24분 입금된 4,337만4,539달러 15센트를 당시 환율로 ‘원화’로 바꾸면 500억 원이다. 도이체 방크를 통해 입금된 인수대금 중 2003년 10월 1일 오후 1시 26분, 1시 27분, 2시 14분, 10월 2일 오후 2시 2분과 2시 13분에 들어온 ‘달러’는 각각 센트 단위까지 다르지만 ‘원화’로 바꾸면 모두 500억 원으로 맞아 떨어진다. 

    ‘론스타’는 왜 인수대금을 1~2회에 나눠 송금하지 않고 23차례에 걸쳐 나누어, 그것고(그것도) ‘원화’로 딱 맞춰 보냈을까. 이는 ‘사모펀드’인 론스타 펀드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전에 이미 충분한 투자금을 확보한 게 아니라,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후 투자자를 끌어들였다는 분석에 설득력을 실어 준다.

    또 하나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대금을 송금한 ‘환전 전표’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론스타’가 기존 주주와 한국 정부에 외환은행 인수대금으로 지불한 돈은 1조3,833억 원 가량. 이 돈은 4개의 외국 은행에서 23번에 걸쳐 들어왔다.

    2005년 10월 국회에서는 론스타와 ‘김앤장’에 이들 4개 은행으로 입금한 전표를 제출해달라 요청했다. 론스타와 김앤장은 도이체방크를 통해 입금한 (환전)전표 사본은 모두 제출했다. 반면 호주 NAB는 폐쇄를 이유로 없다고 했고, JP모건체이스와 HSBC는 ‘지방에 보관 중’이라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재미있는 건 2006년 12월 경찰이 다시 수사하면서 전표를 요청했을 때도 ‘지방 보관 중’이라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변양균, 김석동, 김진표는 ‘론스타’의 ‘자격 미달’ 알고 있었나?

    또 다른 문제도 드러났다. 정부는 2002년 4월 27일 은행법 개정안이 공포된 후로는 ‘산업자본’은 은행을 인수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법을 제대로 적용할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를 할 수 없었다.

    외환위기 이후 산업구조조정을 위해 정비된 ‘산업발전법’에 따라 정부가 국내 기업들을 해외에 매각할 때 각종 예외규정을 뒀다고 하지만 ‘시중 은행’은 달랐다. 론스타와 같은 ‘사모 펀드’의 경우 투자자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때문에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은행’을 인수하는 게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하다.

  • ▲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신청했을 때부터 인수를 마친 후까지의 지배구조 변경. 1년도 안 되는 사이 특수관계인이 바뀌는 등 복잡한 구도를 보여준다.
    ▲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신청했을 때부터 인수를 마친 후까지의 지배구조 변경. 1년도 안 되는 사이 특수관계인이 바뀌는 등 복잡한 구도를 보여준다.

    은행법 제2조 9항에 따르면 은행 지분을 취득하려는 ‘주체’는 그 법인과 특수관계인(계열사, 주주 등)의 자본 총액 중 ‘비금융기업 자본’의 비중이 25% 이상이거나 그 자산이 2조 원을 넘으면 전체를 ‘비금융사업 주력자’로 보도록 되어 있다. 이런 ‘비금융사업 주력자’는 예외 없이 시중 은행 주식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다.

    때문에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희망한다는 소문이 2002년 전해지자 금융감독원은 ‘론스타는 비금융주력 자본이므로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은 론스타에게만은 ‘다양한 예외’를 인정해 줬다. 

    론스타는 2002년 12월 18일 조세피난처인 룩셈부르크에 자본금 1억 6,000만 원인 ‘LSF-KEB Capital Investment SarL’를 설립한다(직전인 12월 13일 론스타와 정부 간에 비밀협정을 체결했다는 주장도 있다).

    200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후 2003년 2월 28일 재정경제부는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부총리에게 보고한다. 이어 4월 14일 부시 美대통령이 방한한다. 5월 9일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은 청와대를 다녀온 뒤 스티븐 리(한국 이름 이정환) 론스타 코리아 대표와 만난다.

    이때까지도 금융감독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3년 7월 하순부터 분위기가 변한다.

  • ▲ 2003년 11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후 후 내부 간담회 자료. 여기에는 론스타의 신청자격이 변경됐음에도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 들어 있다.
    ▲ 2003년 11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후 후 내부 간담회 자료. 여기에는 론스타의 신청자격이 변경됐음에도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 들어 있다.

    외환은행 내부 문건에 따르면 2003년 7월 9일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이 나오자 “대통령, 청와대 할 것 없다. 내가 맞추면 된다”는 말을 했다. 7월 15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비공개 대책회의에서는 김석동 당시 금감위 금융정책 1국장은 “론스타에게서 도장값은 받아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게 알려져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어 7월 21일에는 당시 김진표 재정경제부 부총리마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금감원 내부에서는 “우리가 똥바가지 쓸 수 없다”는 반발이 제기됐고, 김석동 당시 금감위 국장은 “누구 죽일 일 있냐”며 론스타와의 ‘업무 협의’를 강요한 정황이 여러 번 나타났다.

    당시 재경부와 금감위, 금감원, 외환은행 사이에 오고 간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할 경우 향후 ‘책임소재’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한 금감원 직원들이 반발하자 정부 관계자들이 ‘윗선’을 암시하며 “걱정할 것 없다”고 무마한 게 수차례 드러난다.

    2003년 10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 지을 때까지 ‘비금융 자본’ 문제로 기존의 ‘특수관계인’ 지위의 펀드 대신 버뮤다에 새로 만든 펀드 5개를 집어넣었다. 이렇게 인수 신청자의 기본 조건이 바뀌었음에도 금감위 등은 ‘인수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며 그냥 넘겼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결정’한 몸통, 밝혀질까 

    론스타는 이 같은 당국의 ‘배려’ 아래 1주당 4,250원(구주 5,400원, 신주 4,000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한다. 당시 론스타를 도와 ‘일’을 진행한 곳은 ‘국내 최고의 권력’으로 불리는 ‘김앤장’과 초대형 회계법인인 ‘삼정회계법인(삼정KPMG)’이었다.  

  • ▲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론스타의 신청자격이 바뀌었음을 나타내는 자료. 당국은 알고 있었음에도 '문제가 안 된다'고 결정했다.
    ▲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론스타의 신청자격이 바뀌었음을 나타내는 자료. 당국은 알고 있었음에도 '문제가 안 된다'고 결정했다.

    자료를 공개한 김준환 교수와 외환은행 범국본 등은 2005년 10월 김앤장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대금을 국내로 송금한 증빙자료라며 제출한 ‘외국환 매입증명서’가 대기업이나 대규모 무역회사라면 하루 만에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 변양균, 김석동, 김진표 등 당시 정부 재정을 책임지던 사람들이 적극 나섰던 점, 2002년 개정한 은행법마저 무시하고 ‘산업발전법’ 방식으로 시중 은행을 헐값에 넘긴 점 등을 들어 론스타를 도와준 핵심 주체가 외환위기 직후 국내 기업들을 팔아넘긴 주체들과 동일 세력이라고 보고 있다.

    외환은행 범국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건 1997년 말부터 2002년까지 국내의 산업구조조정 분위기다. 외환위기 직후 로스차일드 앤 선즈의 윌버 로스 부회장은 국내에 들어와 금융감독당국 뒤에서 대기업들의 중복투자를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재벌 계열사 통폐합을 설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로스차일드는 한라그룹 구조조정을 맡았고, 골드만삭스는 진로그룹의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등 해외 투자은행들이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한편 2000년 전후로 국내에 진출한 론스타 펀드와 칼라일 펀드, 뉴브릿지 펀드는 모두 워싱턴 D.C와 텍사스 출신 인맥들이 모인 ‘사모펀드(개인들이 모여 만든 투자 펀드로 구성원 공개 의무가 없음)’들로 자금의 절반 이상을 한국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론스타 펀드 코리아 대표(스티븐 리)와 칼라일 펀드 코리아 대표(제이슨 리)는 친형제이기도 하다. 또한 론스타 회장은 뉴브릿지 캐피탈 대주주다. 이 세 사모펀드는 모두 외환위기 직후 국내 시중은행(한미은행, 제일은행,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뒤 되팔아 1조 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강제매각 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지분을 정리하지 못해 난감해 하던 론스타는 당국 덕분에 '탈출구'를 찾은 기쁨에 표정관리가 어려울 정도다.

    한편 외환은행 범국본은 이번에 밝혀낸 근거를 시작으로 해 5조 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먹튀’하는 론스타의 실체를 밝혀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회 또한 본격적인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 입법부가 론스타의 ‘배후’를 밝혀낼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