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렌 월스텐홈 북한 주재 영국대사는 1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을 "전혀 예상 못한 일이어서 놀랐다"고 당시의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9월 평양으로 부임한 월스텐홈 대사는 국제사회가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에 주목하는 상황이지만,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리더십이 일단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는 이날 서울 정동 주한 영국대사관저에서 월스텐홈 대사와 만나 김 위원장의 장례기간을 보낸 북한사회의 모습과 김정은 체제의 현 상황 등에 대한 시각과 견해를 1시간 동안 들어봤다.

    월스텐홈 대사는 북한의 새 지도자인 김 부위원장에 대한 첫인상을 묻자 "부친으로부터 교육을 잘 받은 것 같았고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고 답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의 영결식때 영구차를 호위한 이들이 김 부위원장에게 조언할 수 있는 인물들로 보인다며 이들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962년에 태어난 월스텐홈 대사는 1980년부터 현재까지 외교부에서 일해온 전통 외교관료로 1남2녀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역사를 지닌 러시아에서 부영사로 해외근무를 시작한 그는 평양으로 부임하기 직전에는 네덜란드 주재 대사관에서 1등서기관으로 활동했으며, 2007년에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대표부에서 부대표를 맡기도 했다.

    전문 외교관답게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은 그는 "집에서 대사관까지의 거리가 30초에 불과해 너무 편하다"고 말하는 등 베일에 가린 평양에서의 외교관 생활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은 월스템홈 대사와 일문일답.

    --평양으로 부임 후 3개월이 지났다. 소감은.

    ▲참 재미있었다. 북한에서 고립됐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다른 국가에서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과거에 러시아에 주재했던 적도 있는데 모스크바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이데올로기도 비슷하고 유사한 점이 많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느낌은.

    ▲놀라웠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은 2008년부터 있었던 이야기인데 사망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영국에 있다가 평양으로 돌아갔다. 북한에서 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김정은 부위원장의 리더십이 아버지인 김 위원장 때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때처럼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김 위원장 추모는 100일 동안 진행될 것처럼 보였는데 외교관리나 공무원들이 사교모임을 자제하는 것 같았다.

    --영결식에는 참석했나. 김정은 부위원장의 인상은.

    ▲외교대표들이 조문을 갈 때는 평양에 없어 가지 못했지만 눈이 내린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참석했다. 많은 군인과 시민이 있었는데 슬픔에 싸여 있었다. 김 부위원장은 북한 사회를 잘 통제하고 있다. 부친으로부터 교육을 잘 받은 것 같았고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김정일 위원장 사후 북한의 권력승계는 안정적인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이 비교적 잘 준비를 해온 것 같다. 18개월 간 후계승계 준비를 해온 덕분에 여러 기관 장악 등 과정이 순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인민군 최고사령관직만 물려받았고 노동당 총비서와 국방위원장은 승계하지 않았지만 이상할 것은 없다. 김정일 위원장도 3년상을 거치는 동안 주요 직책을 승계하지 않았던 만큼 이상할 것은 없다고 본다. 표면적으로 매우 정상적이다.

    수일 전 북한 외무성 관리들에게 김 부위원장이 최고사령관직만 갖고 있는 점을 얘기했더니 그들은 "그분이 어떤 직위를 갖느냐보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 이들의 말은 현재 북한 미디어들이 포장하는 김정은 이미지와 같은 내용이다. 수일 전에도 조선인민군(KPA)들의 충성 결의대회가 있었다. 보도매체와 엘리트층 등 북한사회에서 전반적으로 김정은을 지지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집단지도체제로 나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집단지도체제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지금은 답변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며 3∼6개월 정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만 김 위원장의 영결식에서 영구차를 호위한 8인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김 부위원장에게 조언할 수 있는 인물들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김 부위원장이 집단지도체제를 얼마나 오랫동안 필요로 하고 이에 의지할 것인지, 또 집단지도체제 구성원들은 김정은이 자신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필요로 할 것으로 생각할 것인가도 문제다.

    --중국과 접촉 등을 통한 개혁·개방 가능성은.

    ▲북한과 중국의 합작상점인 광복지구상업중심이 장례기간에는 문을 열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개점하고 많은 사람이 붐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합작기업을 이어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북한이 이러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북한에서 최근 위안화 등 외화사용을 금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 조치를 들어보지 못했다. 북한은 많은 소문이 있는 사회다. 나도 평양에서 외화를 잘 사용하고 있고 외화사용 금지와 관련된 그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다.

    --영국은 남북한 동시수교국이다. 주북 대사관의 역할을 소개한다면.

    ▲고아원을 돕고 장애인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영국 외교부가 장학생을 뽑아 지원하는 셰브닝(chevening. 외무성 장학생 선발) 프로그램의 하나로 학생 2명을 선발해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학생에게 외부세계를 보여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또 북한과 정치대화도 갖고 있는데 비확산을 비롯한 비핵화 문제와 인권문제 등이 주요 이슈다.

    --6자회담의 재개 여부를 전망해본다면.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 것이다. 영국 정부는 회담을 항상 지원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에서의 생활을 간략히 소개해달라.

    ▲집에서 대사관까지 거리가 30초에 불과해 너무 편하다. 김정일 위원장의 장례기간에는 전기공급이 24시간 이뤄졌지만, 현재는 정전이 잦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