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를 때리고, 돈을 빼앗고, 선생님에게 대드는 아이도 가정과 학교가 따뜻한 마음으로 지도하면 새 사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충북 진천 소재 청명학생교육원의 박창호(52) 교학부장은 `문제학생'을 모아 지속적으로 인성교육을 하면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 교육원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2010년 9월 충북교육청이 설립한 대안교육기관이다.

    현재 중학생 30명(남학생 26명, 여학생 4명)이 이곳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학교폭력이나 게임중독 등으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이다.

    교육원 측은 이곳에 오는 학생들의 교육기간을 미리 정하지 않고 학교 적응이 가능해질 때까지 지도한다.

    교사 9명 외에 상담심리사 2명, 임상심리사 2명, 청소년지도사 4명이 근무하며 교과 수업과 상담, 정신치료, 인성교육을 병행한다.

    이 교육원에는 한 가지 철칙이 있다. 학생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반드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로 체벌은 하지 않고 학생 스스로 잘못을 깨닫도록 한다.

    예를 들어 싸움이 벌어지면 두 명씩 짝을 이뤄 2인용 자전거를 10㎞ 정도 타도록 한다. 처음에 티격태격하던 학생들도 1시간 넘게 호흡을 맞추며 땀을 흘리고 나면 서로 어깨를 `툭'치며 화해하곤 한다.

    학생들이 말다툼을 하면 교사는 `타임아웃'을 외친다. 그러면 싸우던 학생들은 교실마다 설치돼 있는 `생각하는 의자'에 5∼10분간 앉아 있어야 한다. 창밖이나 벽을 보면서 꼭 싸울 필요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수업 시간에 지각하거나 규칙을 자주 어기는 학생은 교사와 함께 5㎞ 정도 떨어진 `농다리'까지 걸어갔다 와야 한다.

    김영태 교사는 "한참 같이 걷다 보면 학생이 교사한테 미안한 마음을 갖기도 한다"면서 "그러면 진심에서 우러나는 대화가 시작되고 학생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매주 1시간씩 갖는 `참만남' 시간도 효과가 좋다. 감정을 상하게 한 친구 이름을 교실 복도의 `참만남 함'에 넣으면 교사가 만남을 주선한다. 일종의 화풀이 프로그램인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욕설을 포함해 어떤 말을 해도 된다. 단, 몸싸움은 허용되지 않는다. 서로 말로 치고받다 보면 어느 정도 감정이 풀리고, 참석한 다른 친구들이 한쪽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화해를 유도하기도 한다.

    설립 이후 30여명의 학생이 이곳을 거쳐 이전에 다니던 학교로 돌아갔다.

    지난달 27일 수료한 준기(16ㆍ중3ㆍ가명)는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유도해 효과를 본 케이스다. 준기는 친구들을 때리고 돈을 갈취하다 작년 3월 교육원에 들어왔다.

    교육원 측은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생활해 온 준기에게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판단, 웬만큼 말썽을 일으켜도 야단치지 않았다. 대신 수시로 상담하면서 의도적으로 잘한 일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했다.

    1주일에 2시간씩 상대방과 입장을 바꾸는 역할극에 참여하도록 하고, 매일 아침 모든 학생이 30∼40분간 자유롭게 대화하는 `모닝미팅'에서 발표를 하도록 유도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게 하자는 취지였다.

    준기가 점차 마음을 열고 과거의 악행을 반성하기 시작하자 작년 11월에는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1주일 동안 수업을 받도록 했다. 예상대로 교사와 친구들은 "준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놀라워했다. 준기는 그렇게 정상적인 학생으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찾았다.

    학교의 `짱'으로서 친구를 폭행하고 돈을 빼앗다가 작년 9월 이곳에 온 상국(16ㆍ중3ㆍ가명)이의 문제는 심리적 불안과 부모와 갈등이었다.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공부도 곧잘 했던 상국이는 `노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비뚤어지기 시작했고 부모와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교육원 측은 상국이에게 원예반에서 꽃을 가꾸고 소품으로 모래 상자를 꾸미는 심리치료부터 했다.

    부모도 상담해 잔소리를 줄이도록 하고 상국이는 스스로 약속을 지키는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부모가 자신을 믿는다고 생각한 상국이는 대화의 문을 열었고 공부도 다시 열심히 해 지금은 일반계고 진학을 앞두고 있다.

    상국이는 "부모님의 관심을 간섭으로 잘못 알고 비뚤어진 생활을 한 게 후회된다"며 "대학에 진학해 나 같은 후배를 돕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창호 교학부장은 "학교폭력은 학교, 가정, 사회가 모두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나쁜 길에 들어선 학생을 돌보는 대안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