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의회 유급보좌관 예산 편성에 재의 요구시 “행안부 지시 따른 것”...시의회 “지방의회 무시하는 처사”
  • 박원순 시장 당선 후 밀월관계를 보여왔던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시의원 유급보좌관 예산지원을 놓고 날 선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9일 정부지침을 근거로 시의회 의정활동 지원인력 예산으로 책정된 15억원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앞서 행안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시의회가 편성한 올해 의정활동 인력지원 예산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이에 대한 재의 요구를 서울시에 지시했다. 행안부가 근거로 삼은 1996년 대법원 판결은 “지방의원이 보좌관을 두려면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지방의회 보좌관에 관한 근거 법률인 지방자치법에는 이와 관련한 규정이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를 비롯한 전국의 지방의회는 그동안 지방자치의 근본 이념과 취지를 고려할 때 지방자치단체를 견제하고 주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지방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적극 주장해왔다.

    서울시의회 역시 한 해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심의하는 시의원에게 보조인력 하나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예산으로 보좌관, 비서관 등을 운영하는 국회의원과 비교하며 불공정성을 집중 거론하기도 한다. 국회의원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유급보좌관 7명을 포함 모두 9명의 보조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근거법령이 없는 상태에서 시의회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 일부 시의원들은 시의 재의요구에 맞서 재의결로 정면 대응하자는 강경한 모습도 보이고 있지만 법령 미비라는 한계를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것이 중론이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의정 서포터즈 시범운영 및 제도화 방안’ 연구 용역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의정활동 인력을 지원받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한 민주당 시의원은 “보조인력 예산지원은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지방자치의 본질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반응은 이와 딴판이다. “시의 모든 행정사무를 감사하고 조례를 제정하는 시의회가 법을 무시하려 한다”는 것.

    한편 지방의원이 유급보좌관을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2009년 9월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국회 행안위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