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여직원 연일 소환, 로비통로 여의사 등 조사할 듯
  • 김학인(49.구속) 한국방송예술진흥원(한예진) 이사장의 횡령 및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윤희식 부장검사)는 5일 한예진 재무담당 전 직원 최모(38.여.구속)씨를 다시 불러 조사하는 등 비자금 용처 추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 이사장은 최근 3~4년간 한예진과 부설 한국방송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매출을 축소하고 설비투자비 등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진흥원 자금 240억원을 빼돌리고 법인세 53억원을 탈루한 혐의로 지난 3일 구속됐다.

    검찰은 김 이사장이 횡령 사실을 부인하지만 이미 범행을 증빙할 자료가 확보된 만큼 횡령한 자금의 용처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김 이사장이 한예진 상임고문 김모씨의 딸이 대표인 컨설팅업체 G사와 거래한 것처럼 속여 돈세탁을 거친 뒤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김씨 등을 불러 횡령 과정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G사는 페이퍼컴퍼니로 드러났다.

    특히 검찰은 한예진 자금담당인 최씨를 비자금 용처 추적에 열쇠를 쥔 핵심인물로 보고 최씨 주변인물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 이사장과 잘 알던 모친 김모씨의 권유로 한예진에 취직한 최씨는 김 이사장과 함께 횡령에 가담한 후 이를 빌미로 김 이사장을 협박했고, 김 이사장은 횡령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경기 파주에 위치한 16억원 상당의 고급 한정식집을 최씨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갈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된 최씨는 그러나 김 이사장이 선의로 음식점을 넘겨준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상태다.

    검찰은 한예진과 김 이사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자금 출처 등이 적힌 장부와 각종 증빙자료를 확보했으며, 최씨를 상대로 김 이사장이 횡령한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이사장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정책보좌역을 지내다 지난해 10월 사퇴한 측근 정모(48.해외체류)씨에게 거액의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정씨는 김 이사장으로부터 2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사인 임모(52.여)씨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됨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임씨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는 별도로 정씨가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문제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 대한 채널배당 문제 등과 관련해 관련 업체들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여러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관련 단서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장이 여권 실세인 모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청주 흥덕 갑에 무소속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김 이사장은 이후 정치권 인사와 꾸준한 교분을 쌓아왔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의혹에 대해 "현재 우리가 수사하는 것은 김 이사장 횡령 사건"이라며 "현재로선 정씨 등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확보된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