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부 죽여서 ‘정봉주 구하기’?
    실체 외면한 막말-협박...‘인격살인’ 난무
    도준호 뉴스파인더 대표/ 뉴데일리 객원논설위원 www.newsfinder.co.kr

    인터넷방송 ‘나꼼수’의 인기출연자의 한 사람인 한 정치인의 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자 그를 구하기 위한 운동이 한창이다.

     우리가 즐겨보았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애국심과 책임감 끈끈한 동료애 등 국가와 공동체 그리고 한 가정을 지키려는 절실한 노력으로 점철됐지만 요즘 SNS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봉주 구하기’는 ‘인격살인’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무차별적이고, 공격적이며, 파괴적이다.

     대상도 그 사건 담당 대법원 주심판사, 그가 속한 대법원 등 가리지 않고 있다. 주심판사에 대해서는 이른바 ’신상 털기‘란 이름으로 그 판사의 출신지역, 출신학교, 가족관계까지 샅샅이 까발리고 있으며, 대법원을 폭파하고 해당 판사를 살해하겠다는 험악한 말까지 쏟아 내고 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꾸어 공격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담당 이상훈 대법원 판사가 광우병논란을  일으켰던 MBC PD수첩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하자 ‘개념 있는 판사’라고 추켜세우다가 이번 판결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막말을 해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일에 불을 지른 것은 인기작가 공지영씨였다. 공 씨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지난 2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법부에도 조종(弔鐘)이 울리는군요. 이 땅의 모든 이성과 양심이 죽었음을 알리는 조종소리”라며 사법부을 비난했다. 작가란 삶을 고민하고 남의 아픔을 헤아리고 내면적 통찰을 글로 표현하는 직업이다. 그런데도 공 씨는 그런 고민 없이 자신의 주관적 판단을 근거로 사법부를 비난하고 이 땅의 모든 이성과 양심이 죽었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공 씨는 이번일 뿐만 아니라 수시로 그런 류의 글을 올려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이것이 어떤 연유에서 나온 것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인기작가라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이라도 해보고 그 후에 발언하는 것이 순서인데도 자신의 ‘이성과 양심’을 팔아먹는 천박한 행동을 한 것이다.

     문제가 된 재판은 정봉주씨가 “2007년 대선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김경준과 공모해 주가조작과 횡령을 했고, BBK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 주장에 대한 사실여부의 판단이다. 법원은 1심, 2심, 3심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고 정씨 자신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현재로선 달리 판단할 근거가 없다. 그런데도 네티즌들이 익명성을 무기로 무차별 공격을 하고 거기에 일부 지식인들이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공 씨 뿐만 아니라 일부 판사들이 보인 행태도 마찬가지다. 창원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판결 다음날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소중한 트친(트위터 친구)님들 많이 속상하시죠? 안타까움, 실망, 배신감 등으로 못 주무시지 않았을 까 걱정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대법원 확정판결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이 사람뿐 아니고 요즘엔 사회적 발언에 신중하고 조심해야할 법관들이 논란이 되는 발언들을 많이 하고 있어 걱정이다.

    한-미 FTA를 두고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라는 말을 유행시킨 판사가 있는가 하면 대통령을 향해 ‘가카(각하) 새끼 짬뽕’, ‘꼼수면’,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등의 저속한 글을 올린 판사도 있다. 필자는 이들 판사들의 행동을 보고 한 친구 생각이 떠올랐다. 그 친구 아들은 사법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성적도 상위권이라 판사나 검사로 충분히 임용될 자격을 갖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아들이 남의 생명이나 재산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검사나 판사가 되려면 인문적 소양이나 이해심 등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아들의 공부방을 들어가 봤다고 한다. 공부방에는 법률서적 몇 권에다 만화책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고 한다. 깜짝 놀란 친구는 며칠 동안 고민하다 아들을 불러 판사나 검사를 포기하고 그나마 직접적인 피해를 덜 줄 수 있는 변호사를 택하도록 권유해 지금 그 아들은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내 친구가 그런 결정을 한 것은 좋은 판사, 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법률조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사람이 아닌 인간과 사물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인문적 소양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으니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잘못된 세태에 부화뇌동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익명성을 무기로 괴담이든 거짓말이든 상관없이 마구 쏟아내는 막말, 거기에 휩쓸리는 일부 ‘먹물’들의 튀는 행동, 이것이 SNS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속에 정봉주 씨는 자신이 무슨 영웅인양 법원 정문에서 1,000명의 전송 속에 “진실이 구속된다”고 큰소리치며 감옥으로 갔다.
    도준호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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