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곳에서 불과 15분 만에 시위 참가자 8명을 살해했습니다. 그들 손에는 돌멩이조차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잔혹한 행위를 더이상 참을 수 없어 총을 버리고 시위대를 향해 무작정 달렸습니다."

    시리아에서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과 유혈 충돌로 수 천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CNN 인터넷판이 15일(현지시간) 정부군 이탈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현지의 참상을 보도했다.

    비무장 시위대를 향한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도망쳤다는 시리아 정부군의 한 병사는 무차별 총격을 통한 유혈 진압 행태를 생생히 증언했다.

    "1천500명가량의 시위대가 다가왔습니다. 그들은 병원에 있는 부상한 시위 참가자의 석방을 요구했는데 무기도 없었고 우리에게 화해를 제의했습니다. 하지만 군인 35명과 비밀경찰 50명은 시위대가 100m 안으로 다가오자 기관총이 달린 지프까지 동원해 집중 사격을 가했습니다."

    시리아 정부군을 이탈해 이웃 국가로 도망친 병사들은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관계자들에게 그들의 겪은 일들을 낱낱이 털어놨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정부군 병사들이 지휘관으로부터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살해ㆍ고문 명령을 받았고, 이 같은 명령에 불복종했다가 거꾸로 사살되거나 고문을 받은 일들을 상세히 기록했다.

    지난 4월 28일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행진하는 시위대를 막는 작전에 투입된 9사단 소속의 한 병사는 "사복 차림의 비밀경찰이 한 남성 시위자의 어깨를 쏜 뒤 체포하려다가 그의 어머니가 '나를 대신 잡아가라'고 제지하자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시위자를 그대로 사살했다"고 증언했다.

    비슷한 시기에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다라에서 근무한 한 병사는 지휘관이 중화기를 사용해 무차별 사격할 것을 명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시리아 동부의 알-부카말에 배치됐던 다른 병사는 지휘관이 구두 명령을 통해 "시위 참가자는 남자, 여자, 어린이를 가리지 말고 모두 사살하라"면서 "우리의 임무는 시위대를 체포하지 않고 사살하는 것"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정부군에서 이탈한 63명의 증언을 지난 6개월여 따로따로 인터뷰했다.

    한편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시리아에서 지난 3월 중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정부군의 유혈 진압과 무력 충돌로 발생한 희생자 수가 5천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12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