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7대 연세대 총장으로 선임된 정갑영(60) 경제학부 교수는 15일 "선진 명문형 레지덴셜 컬리지(Residential college)를 통해 한국 대학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제3의 창학을 이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총장은 "문화적 다양성, 소통능력 등을 배양하는 전인교육을 통해 부적응으로 자퇴하거나 자살하는 등의 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다음은 정 차기 총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 총장 선출 방식이 바뀌었는데 소감은.

    ▲총장후보물색위원회, 교수와 교직원의 투표를 거치고 다시 재단 이사회의 선임받는 복잡하고 긴 여정이 이어졌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전체 구성원들의 높은 지지 속에 선임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 대학가에서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은 지금 상당히 어려운 처지다. 국내에서는 등록금이 비싸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대학으로서는 세계 유수 대학과 경쟁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세계 어느나라에 가든 교육이라는 공공재에는 정부의 지원이 많고 사회에서도 대학을 지원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이런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경쟁을 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는 성적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해왔는데 앞으로 등록금과 장학금 제도를 개선해가면서 소외계층을 배려하도록 하겠다.

    --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해외 선진 대학을 보면 기부보험, 부동산기부, 기부연금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기부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부가 이뤄지려면 정부의 제도가 바뀌어야 하고 학교의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학교가 먼제 제도를 선제적으로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 또 사회의 새로운 변화에 맞춰 수익창출프로그램을 만들겠다.

    -- 재임기간 중점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분야는.

    ▲대내외 여건의 급격한 변화로 연세대학교가 `제3의 창학'이라는 도전 과제를 맞이했다. 교육의 수월성을 높이기 위해 송도 캠퍼스를 활용해 선진형 레지덴셜 컬리지(RC)를 도입하겠다. 학원형 교육에서 생활밀착형 전인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1학년 학생들을 2013년에는 한 학기씩, 기숙사 시설이 완비된 이후에는 1년씩 송도에 있는 인천국제캠퍼스 RC에서 생활하도록 할 것이다. 지금은 보통 학생들이 일주일에 18학점 듣는데 두 배 정도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문화생활을 교수와 함께할 수 있고 오후에는 다양한 문화적 체험도 가능하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남을 배려하고 섬길 줄 아는, 연세 DNA를 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입시제도에 대한 생각은.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지금은 여러 제도적 한계가 있어 잠재력 있는 학생을 발굴하는 데 제한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 대학은 미국 아이비리그의 대학들과 경쟁하기 위해 언더우드 대학을 만들었다. 이들은 9월 입학이어서 3월 입학인 우리 대학이 이들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대학의 특성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대학을 믿고 자율성을 주는 제도적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부에서는 대학문제와 취업을 연관지은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대학마다 교육 목표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대학교육과정이 학생에게 `커스터마이즈'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대학이 취업률이 얼마인지 따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가. 대학이 모든 개개인을 배려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몇 개의 `트랙'으로 구분해 학생의 요구를 듣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