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방사한 기업에 책임 물어야" 주장 "군집 생활하는 겨울철 집중포획 효과적"
  • '길조'라며 제주에 방사했던 까치가 오히려 '흉조'가 돼 한전과 농가 등에 큰 피해를 주고 있으나 효과적인 퇴치방안이 없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10일 제주도와 한국전력공사 제주지사에 따르면 지난 1989년 국내 모 항공사와 모 스포츠신문이 공동 기획해 '길조인 까치를 제주도에 살게 하자'는 취지로 전국에서 포획한 까치 53마리를 들여와 방사했다.

    방사된 까치의 개체 수는 10년 뒤 2천마리 정도로 늘어났다. 20여년이 흐른 지금은 10만마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까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까치 한 쌍이 1년에 5∼6개의 알을 낳고 그 가운데 90%가량 번식에 성공하는데다 제주에는 먹이사슬 상 천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소식을 전한다던 까치는 전봇대에 집을 지으면서 정전 피해를 일으키는가 하면 감귤과 단감·수박·딸기 등 각종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마구 쪼아대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 제주지사는 지난 2000년부터 직원들에게 유해조수포획허가증을 받게 하고 공기총으로 매년 1만마리 내외의 까치를 포획하고 있다. 현재 11명의 직원이 유해조수포획허가증을 갖고 있다.

    제주시도 3년 전부터 전용틀을 이용해 까치를 포획을 해오다 지난해 말부터는 한전 제주지사,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제주도지부와 포획사업 양해각서를 체결, 올들어 12월 현재까지 1만7천876마리를 포획했다.

    또 2천500여개의 둥지를 제거했는데 이는 둥지 1개당 평균 5개의 알이 부화한다고 할 때 1만2천여마리를 포획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볼 수 있다.

    15명의 엽사와 3대의 크레인까지 동원된 올해 까치 포획과 둥지 제거 사업에는 제주시가 5천만원, 한전이 2천500만원의 예산을 내놨다.

    서귀포시도 2009년부터 포획틀과 엽사의 직접포획을 통해 현재까지 까치 2만9천여마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까치의 개체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포획틀과 총포를 이용한 방법 이외의 뾰족한 퇴치방안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김진한 박사는 지난해 제주도의회의 한 정책토론회에서 "까치는 지능이 높아 포획에 어려움이 많다"며 "군집생활을 하는 시기인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포획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방법상으로는 포획틀로 꾸준히 잡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처음 제주에 까치를 방사한다고 할 때 학계에서는 반대했었다"면서 "까치를 풀어놓은 항공사 등이 다 책임지고 포획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좌남수 전 제주도의회 의원은 2009년 도정질의에서 까치를 제주에 들여온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피해 농가를 지원하자며 도 당국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까치를 방사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인정해 일정 비용을 부담하고, 제주도와 한전은 물론 도민들이 협력해 도 전역에서 일시에 까치 포획활동을 벌이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