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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체제’가 사실상 붕괴하면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5년여 만에 전면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박 전 대표의 구체적인 역할과 향후 당의 진로에 대해선 당내 세력-계파별로 의견이 엇갈려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 ‘박근혜 역할론’의 방향은?
현재 당내에선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을 둘러싸고 백가쟁명식 주장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먼저 쇄신파는 비대위를 구성해 박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남경필 의원은 9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대표의 사퇴는 이미 시간문제이며 일단은 비대위를 구성해 박 전 대표가 위원장을 맡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친이계 ‘재창당모임’은 당의 실질적 재창당을 위해 재창당준비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재창당모임은 이날 “한나라당 내부의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애국인사 결집을 통한 재창당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재창당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재창당 논의 시작을 위한 의원총회 및 연찬회 개최를 거듭 촉구했다.
친박계는 비대위냐 조기 전당대회냐 등을 놓고 통일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판해 어떤식으로든 당 운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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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뉴데일리
친박계 한 핵심측근 인사는 9일 “박 전 대표도 홍준표 체제로는 어렵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박 전 대표가 당 운영의 전면에 나서는 걸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이자 쇄신파인 구상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홍준표 체제를 추슬러 내년 총선까지 가려고 했던 계획을 거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날 쇄신파 의원들의 회동에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도 “박 전 대표가 홍 대표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거둬들인 것이 확실한 것 같다. 홍 대표 쇄신안에 대해서도 너무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공감했다.
■ 비대위냐 재창당이냐, 박근혜의 선택은?
박 전 대표는 ‘디도스 정국’ 이후 외부 일정조차 잡지 않은 채 당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관심은 박 전 대표가 언제, 어떤 식으로 현 난국을 타개할 입장을 내놓느냐로 쏠린다.
친박계 인사들은 이르면 내주쯤 박 전 대표가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 측근은 “지난 2004년 대선자금 수사와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하자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로서 천막 당사로 옮긴 뒤 국민에게 호소해 총선에서 당의 선전(善戰)을 이끌고, 당 개혁작업을 이끌 때 이상의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당시 새 인물을 충원하기 위해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천 잡음을 줄이기 위해 중앙당의 공천권한을 각 시도당에 이양하는 등 ‘상향식 공천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도 재검토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들의 당 불신에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게 작용한 만큼, 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최고위원이 지난 1일 주장한 대로 ‘선긋기’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득권’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한다는 차원에서 내년 총선에서 달성군 지역구 출마에 대한 기존 입장에서 선회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