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대다수 원하면 물러나”··· 쇄신파 ‘朴 역할론’ 본격 제기
  • 한나라당이 29일 마침내 쇄신 폭풍에 휩싸였다.

    내용은 이미 예고된 터였다. 이날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및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연석회의(이하 쇄신연찬회)에서 당내 주요 세력들은 ‘지도부 퇴진론’과 ‘박근혜 역할론’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29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쇄신 연찬회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29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쇄신 연찬회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 홍준표 체제, 이대로는 안된다

    당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며 ‘홍준표 체제’의 교체를 요구하는 쇄신파의 주장은 이날 연찬회에서 불을 뿜었다.

    홍 대표는 이에 맞서 ‘재신임 카드’를 던졌다. 그는 “여러분 대다수의 뜻이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해 쇄신과 총선을 지휘해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이고, 그렇게 결정이 된다면 나는 당권-대권 분리조항을 정지시키는 당헌-당규를 개정한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지도부 교체론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교체론자들에 대한 일종의 ‘선제공격’으로 해석된다.

    결국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7.14 전당대회를 통해 들어선 홍준표 체제는 4개월여만에 쇄신 열풍의 여파로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는 이들은 그 대안으로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책임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이른바 ‘박근혜 역할론’을 본격 주장해 논란을 점화했다.

    쇄신파를 주도하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지도부가 그대로 있는 한 어떤 정책전환도 실감있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연찬회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체제가 최선”이라며 사실상 지도부 교체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친박 성향의 권영세 의원은 “홍 대표가 잘못했다기보다는 내년 총선-대선에서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우리가 입장을 취해야 하냐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지도부가 바뀌고 박 전 대표건 다른 대권주자건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고 했다.

  • ▲ 29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쇄신 연찬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9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쇄신 연찬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근혜 조기 등판이 웬 말이냐

    반면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지도부 교체론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도 많았다.

    특히 친박계는 박 전 대표의 조기등판론을 막기 위해 지도부 교체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세웠고, 당권파는 지도부 교체에 대한 반박 논리로 박 전 대표가 나서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원장은 아웃복싱을 하는데 박 전 대표가 인파이팅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 박 전 대표가 조기 등판해서 당 대표를 맡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혜훈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지금 (조기등판을) 안하겠다는데 얘기해봐야 뭐하느냐”고 공감했다.

    송광호 의원은 “지도부 교체는 원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쇄신파인 김성식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를 갈고 박 전 대표가 전면등장하는 것이 무슨 쇄신이냐. 그러면 총선에서 이기냐”고 반문했다.

    홍 대표의 측근인 박준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기대려고 해서는 안되며, 박 전 대표 갈 길은 자유롭게 가도록 하고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연찬회가 어떤 결론을 내건 간에 향후 세력간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권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맞서 현재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 전 대표가 ‘역할론’을 수용해 조기 등판할 경우 정치권 지형의 대격변이 예고된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스스로가 현재는 정치쇄신이 아니라 정책쇄신에 나설 때라는 점을 수차례 언급한데다 친박계 다수가 ‘유력 대권주자 보호’를 이유로 조기 등판론에 반대하고 있어 ‘박근혜 역할론’이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