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을 주제로 현대 문명의 다양성과 명암(明暗)을 조명해 온 서양화가 안진의의 개인전이 열린다.

    내달 6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에뽀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문명의 심연과 만난 꽃그림'이란 주제로, 화려한 색채 속에 고도의 정신 세계를 담아낸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안진의는 홍익대 미대 동양학과를 졸업하고 대한민국미술대전, 마니프 서울국제아트페어에서 각각 우수상과 우수작가상을 받는 등 평단으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

    돌가루를 사용해 그림에 입체감을 부여한 안진의의 작품은 화려한 색감 속에서도 쓸쓸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묻어나는 독특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02-747-2075

  • 약력 : 1970년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동대학원 색채전공 미술학 박사 │개인전 24회│수상 2005 제11회 마니프 서울국제아트페어 우수작가상, 1994 제13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1993 제1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1992 제15회 중앙미술대전 특선 外 │2011 항주 시립미술관 개관기념초대전 (항주시립미술관), 2010 당대중한 우수미술작품전 (798아트센터 706홀), 2009 한국현대미술 독일전 (Frauen 미술관, 본) 外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성곡 미술관, 포스코 미술관, 중부국세청, 호서대학교, 신촌연세병원, 법무법인 태평양, (주)크라운 제과, 주일본 센다이 한국총영사관, 주아랍에미리트 한국대사관, 대검찰청, 청와대│현재 홍익대학교 강사, 한국미술협회 이사, 아트그룹 자유로, 여백회, 한국색채학회 회원

  • "문명의 심연과 만난 꽃"

    꽃을 그리는 작가 안진의는 역시 자연주의에 머물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이제, 막다른 골목에 처한 현대 문명의 위기를 향해 집중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그림이 설익은 철학적 구호가 되거나 인위적 연출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애초에는 인류의 삶에 빛이 되어주었다고 여겼던 현대문명이 막상 도달한 암담한 현실에서, 그녀는 꽃을 피워낸다.

    문명의 이기가 도리어 폐품의 대량생산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안진의는 우리의 삶에 화단(花壇)을 꾸민다. 그건 인조정원이 아니라, 꽃으로 채워진 새로운 문명에 대한 꿈이다.

    그녀가 그린 전구 안에 가득 찬 꽃들과, 풀벌레의 몸이 된 꽃들은 모두 오늘날의 문명을 구하는 길에 대한 안진의의 작가적 고뇌와 깨우침의 열매들이다. 고도로 계산된 작위적 방식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무척 당연한 세계의 발견이다.

    전구는 낮과 밤의 경계를 허문 현대문명의 최전선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전구의 빛은 세상의 어둠과 아픔을 안아주는 소통의 도구로 기능하기도 한다. 여기에다 전구의 형태와 볼륨은 여성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고, 특히 전구 가운데의 필라멘트가 꽃으로 채워지면서 여성성의 생명력이 아름답게 은닉되는 지점으로 묘사된다.

    꽃과 빛이 하나의 공간에서 환상적인 풍경을 창출하고 문명이 어디를 향해 가야할지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실제의 전구는 작고 깨지기 쉬운 연약함을 갖고 있지만, 꽃으로 표현된 전구는 부드러우면서도 견고해진다. 그건 부서질 수 없는 새로운 생명체이다. 꽃이 모여 전구의 빛이 되고, 각박한 세상과 아름다운 소통을 하려 드는 것 역시 신선하다.         

    - 김민웅(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