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전략-전술 세웠다면 이런 상황 맞지 않았을 것”“민주적 다수결 표결 원칙 무시하고 민주당은 또 장외투쟁”
  • “도대체 국회에서 제대로 하는 일이 무엇이냐.”

    정치권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놓고 극한으로 대립하고 있는 여야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야의 대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벌어진 ‘몸싸움’과 관련해 국민들은 여의도를 향해 쓴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나라가 걱정되서인지, 당리당략을 위해서인지 의원들의 몸싸움을 보면 의문이 생긴다.”
    “정당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애들도 아니고 아직도 몸싸움을...” 

    4일 현재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인터넷 상에서 이러한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 ▲ 국회 외통위 남경필 위원장이 2일 오후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한 뒤 야당 의원들의 몸싸움에 대항해 자리를 사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회 외통위 남경필 위원장이 2일 오후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한 뒤 야당 의원들의 몸싸움에 대항해 자리를 사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아가 여권 내에서는 한-미 FTA 비준안 장기 표류 조짐에 대한 불만이 흘러 나온다.

    바로 한나라당의 ‘전술 부재’와 야당의 ‘떼쓰기식 반대’를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는 오는 10일과 24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통과될지, 아니면 다음달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지만 일단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처리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했다.

    하지만 황 원내대표는 국회 내 폭력사태에 가담할 경우 차기 총선에 불출마 하겠다고 서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강행처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황 원내대표와 같은 입장에 있는 남경필 외통위원장 역시 “마지막까지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민노당 등 야당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폐기하지 않는 이상 비준안 처리에 동의할 수 없고 여당이 처리를 시도할 경우 결사 저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에 따라 황 원내대표와 남 위원장의 바람처럼 물리적 충돌 없는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처럼 지도부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당내에서는 다음과 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경기도 내 한 재선의원은 “애당초 당이 제대로 된 전략-전술을 세웠다면 이러한 상황을 맞지 않았을 것이다. 잘못하면 보수층의 분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 서울시장 선거패배 등 악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익에 관련된 문제를 미적거려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도 “정치적 책임을 질 각오를 하고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시간을 끌고 간다는 것은 오히려 야당의 전략에 말리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청와대 또한 “원내 지도부의 협상력이 부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철학 부재에, 전략 부재”라며 한나라당을 꼬집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일 본회의 무산 직후 “야당과 협상을 하면서 미리부터 이것 저것 다 줘버리니, 안 그래도 FTA를 하기 싫은 야당이 협상 대상이 아닌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문제 삼아 버티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여당과의 논의를 뒷전으로 미뤄놓고 국회를 떠나 거리로 나선 제1야당 민주당에 대한 비난도 쇄도하고 있다.

    황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은 한-미 FTA를 국회 내에서 전혀 논의하지 않고 대화의 장도 제대로 열지 않은 채 야권통합 논의에만 몰두하다가 거리로 뛰쳐나가기로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를 국민들이 어찌 볼지 걱정된다. 민주당에 정중히 권고하는데 정치 일정이 더 바빠지기 전에 FTA를 충분히 국회 안에서 토론하면서 조속한 시기에 원만하게 국회법이 정한 바에 따라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민주당이 민주주의의 근본인 다수결 표결 원칙을 무시한 채 선동을 일삼고 있다. 당장 국회로 돌아와 여당과의 논의를 마무리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