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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의 탐욕과 소득 불평등에 저항하는 미국의 반(反) 월스트리트 시위가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지만 시위의 본산인 뉴욕 월가에는 상당수 금융기관들이 오래전에 떠나 고급 콘도가 더 많은 실정이다.
남부 맨해튼에 위치한 월가는 오랫동안 미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지만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금융거래의 전산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월가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본사를 옮겨간 지 오래다.
월가에 처음 와본 사람들은 장기간 미 자본주의의 진원지인 월가가 매우 작고, 몇 블록에 불과한데 놀라기 일쑤다.
지난 몇십년 사이에 월가에는 대규모 엑소더스 현상이 벌어졌고, 시티은행이나 체이스 은행 등 대형 은행들도 이미 떠나 대형 금융회사들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현재 골드만삭스가 월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남부 맨해튼 서쪽에 위치하고 있지만 월가에 유일하게 남은 메이저 은행은 뉴욕멜런은행 뿐이다. 나머지 대형 금융기관들이 입주해 있던 유서깊은 대형 건물들은 상당수가 고급 콘도로 탈바꿈한 상태다.
과거 월가는 은행거래와 주식 및 채권거래가 이뤄진 중심 무대였다. 특히 전화가 보급되기 전에는 주식거래를 위해서는 거래 상대방들이 가까운 곳에 있어야 했고, 배달원들에 의해 모든 거래가 이뤄졌다.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의 찰스 존스 교수는 24일(현지시간)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월가의 변화는 기술의 발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면서 컴퓨터의 발전 및 보급으로 월가의 분권화가 촉진됐다고 분석했다.
한 예로 과거 증권거래는 맨해튼의 월 스트리트와 브로드 스트리트 사이에 위치한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세계 어느곳에서나 증권거래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또 모든 거래는 컴퓨터를 통한 전자거래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NYSE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월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금융시장의 물리적 센터 기능을 못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반 월가 시위가 한달 이상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이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미 금융박물관의 리처드 실라 회장은 설명했다.
그러면 이런 실상을 잘 아는 반(反) 월가 시위대가 대형 금융기관들이 옮겨간 미드타운이 아니라 월가를 고집하며 시위를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시위대의 근거지인 뉴욕 주코티 공원에 있는 언론대책팀의 마크 브레이는 시위의 목적이 금융기관 최고 경영자(CEO)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는데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금융기관 CEO들의 우리들의 항의 내용을 듣고 그동안 해온 행태를 바꾸리라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보다 많은 대중들이 민주주의 개념을 다시 정립하고, 우리 경제의 우선순위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리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