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라는 단어로 서둘러 봉합돼 버린 상처왜 이 사회는 우리에게 용서를 강요하는가?
  • ▲시놉시스 = 자신의 생일날 약혼자를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로 잃은 다큐멘터리 PD 다혜(송혜교).

    그녀는 용서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하고 얼굴도 모르는 17세 가해자 소년을 용서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1년 후 다해는 '용서'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기획, 다양한 사건의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촬영을 시작한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자신이 용서해준 소년을 떠올리게 되고, 소년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러던 중 소년이 학급 동급생을 살해하고 소년원에 수감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혜. 그녀는 자신의 섣부른 용서가 다른 이들에게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고 절망한다.

    또 다른 용서의 측면을 보여주는 다혜 친구의 동생 지민(남지현)은 미국 명문대에 합격, 유학을 앞두고 있지만, 판사인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행과 이를 방관하는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를 닮아가는 오빠의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다.

    결국 지민은 집을 나와 다혜와 함께 살면서 끊을 수 없는 가족의 운명에 대해 괴로워한다.

  • 영화 ‘오늘’은 ‘미술관 옆 동물원’과 ‘집으로…’를 연출했던 이정향 감독의 9년만의 복귀작이다. 데뷔 당시 모 잡지에서 읽은 칼럼을 읽고 용서라는 주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이 감독은 ‘집으로…’를 찍은 뒤 우여곡절 끝에야 이번 작품을 완성했다.

    ‘오늘’은 사형제도와 가정폭력, 가부장제도의 폐해 등 사회전반의 문제점을 다룬 뒤 타의에서 비롯된 용서가 얼마나 인간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상처가 어떤 식으로 인간을 망가뜨리는지 조명했다. 여기서 용서는 분노와 상처를 감싸는 연고인 동시에 또 다른 상처를 만드는 매다. 이정향 감독은 이점에 주목했다.

    진정한 용서는 무엇인가?

    왜 이 사회는 ‘착함’이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에게 용서를 강요하는가?

    이정향 감독은 너무 당연해서 다뤄지지 않았던 용서의 그림자에 대해 매우 현실적인 시선을 던진다.

    '이기적이다'라는 표현보다는 용서라는 단어로 서둘러 봉합돼 버린 인간의 상처를 진정 감싸 안을 수 있는 방법을 ‘오늘’은 이야기한다.

    전작에서 보여준 이정향 감독의 디테일한 시선과 묵직한 내공은 ‘오늘’에서도 잘 살아 있다. 다만 9년의 시간이 지난 만큼 투박해 보일 수 있는 이정향 감독의 스타일은 최근 세련미가 더해져 가는 한국영화들에 눈높이가 고정된 관객들에게 다소 낯설어 보일수도 있다.

    시원하게 내지르기 보다는 마지막까지 꾹꾹 눌러담는 배우들의 연기는 호연이라 칭할 만 하지만 동시에 관객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진 못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조금 머리가 지끈 거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답답함과 혼란스러움은 꼭 한번 진지하게 우리가 경험해봐야 할 고뇌라고 말하고 싶다.

    러닝타임 119분, 상영등급 미정, 오는 27일 개봉. 

    [사진=고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