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KPA] 한국이 진정한 민주국가가 되려면 정당의 공천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입후보를 결정하는 공천제도의 개혁 없이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사이비 민주주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현대 여론조사의 창시자로 알려진 조지 갤럽이 1966년 모교인 아이오아 대학교 신문대학원에서 행한 강연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요체는 각 정당의 후보자를 결정하는 예선제도 (Primary System)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그 이유로 “국민은 선거권 뿐만 아니라 후보자 선택권까지 갖고 있다”(People not only have the right to elect but also the right to select)라고 설명했다.

    독재국가에서도 국민은 엉터리지만 투표를 통한 선거에 참여하지만 선택의 자유가 있는 투표가 아니다. 바로 이러한 형식적인 선거가 우리가 잘 아는 북한에서도 이따금 실시된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1948년 5월 10일에 실시된 제헌국회의원 선거 이후 한국에서는 수십 차례에 걸친 선거가 실시되었지만 유권자들이 완전한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선거가 아니고 이미 다른 사람들이 선택한 인물에 대한 투표행사였다.

    미국에서도 1824년 전까지는 상하 양원의원들이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다가 이 제도가 당원의 의사와 일치하지 않는 비민주주의적이라고 해서 붕괴되고 그 이후 각 지구당 대의원들이 참석하는 전당대회를 통해 각 정당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 각 지구당의 두목(Boss)이 자의로 전당대회 대의원들을 선정하는 폐단이 있어서 1910년에 오레곤주에서 처음으로 예비선거를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어 1912년에는 미국의 48개주중 12개주 그리고 1920년에는 20개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 초기 예비선거는 어떤 후보에 대한 선호도를 표명하는 인기투표 수준에 불과했지 현재 처럼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대의원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었다. 1949년에 뉴헴프혀주가 예비선거법을 제정함으로 예비선거를 제도화함으로 미국 정치사상 획기적인 제도를 마련했다.

    미국도 60년전까지만 해도 담배연기가 자욱한 밀실에서 당의 보스들이 선거구민들의 권익과는 관계없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잘 대변할 사람들을 후보로 선정했지만 선거구민들의 목소리가 커저서 민의를 대변할 후보들을 선정하는 제도를 각종 선거에서 도입하게 되었다. 대통령 후보 경선과 마찬가지로 별도로 주지사, 연방 상하의원들, 주의원들, 시장 등의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선거와 당원대회가 각 주마다 실시되는 것이 미국 선거제도의 특징이다.

    한국의 정당들은 공천제도를 초기부터 유지했지만 후보를 선정하는 방법이 전근대적 붕당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회의원 후보 선정의 경우 소위 공천심사위원회가  당의 후보를 결정하는데, 공천심사위원회가 선거구민들의 의사를 어떻게 반영하겠는가? 물론 여론조사를 통해 선거구민들의 의사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지만 이는 완전한 것이 못된다. 공천심사위원들은 누가 선정하는가? 결국 당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과 친한 사람들이 후보를 선정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002년 김대중 대통령이 지배하던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에 내세울 후보를 선정하는 방법으로 처음으로 국민경선제도를 실시했지만, 이것은 김대중씨의 전형적인 사기수법이었다. 과거처럼 전당대회에서 각 지구당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에 의한 재래식 투표로는 두번이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경상도 출신으로 사상이 같은 좌익인 노무현씨를 민주당의 후보로 도저히 선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려 결국 국민경선이라는 사기수법을 이용하여 유리한 입장에 있던 이인제 후보를 물러나게 만들었다. 이 제도를 본받아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도 모방한 것이다. 여론조사의 결과를 후보 선출에 반영한다는 것은 정말 한국에서만 있는 희귀하고 웃기는 방법이다. 여론조사는 너무나 틀리는 경우가 많고 변화가 무쌍함으로 하루 사이에도 달라질 수 있다.

    1968년 여름 미국에서는 공화당의 리차드 닉슨 후보와 민주당의 휴버트 험프리 후보가 치열한 선거운동을 벌리고 있을 때 한국의 야당 지도자인 신민당 부총재 유진산씨가 국무부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중에 당시 워싱턴 특파원이었던 필자는 유진산씨와 저녁을 함께 하면서 미국의 예비선거제도에 관해 설명하고 한국의 야당이 여당인 민주공화당 보다 먼저 이를 도입하여 민주정당의 면모를 갖추라고 건의한바 있다.

    이때 그의 반응은 시큰둥하면서 만일 그러한 제도가 실시되면 공화당원들이 대거 예비선거에 참여하여 신민당의 가장 약한 후보에게게 표를 던져서 가장 열악한 후보가 본선거에 나가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론을 제기한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며 그러한 제도를 야당이 도입하면 여당도 따를 것이며 한국의 민주주의는 진정한 민주주의로 발전할 것이라고 필자는 반박했다. 얼마 후에 신민당 총재가 된 유진산씨는 당의 국회의원 후보를 선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선거구민에게 양도할 리가 만무였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3김씨가 한국 정치사상 상당 기간 각종의 후보의 공천권을 행사하여 “공천장사꾼”이라는 비난을 받은바 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공천이 당선과 동일함으로 이 3김씨는 현대식 봉건군주의 역할을 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지명한 후보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이들은 선거구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입법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고 차기 선거에서의 공천을 받기 위해 이 3김씨의 눈치만 보는 일종의 꼭두각씨에 불과했다. 이 3김씨는 현 한국의 정치무대에서 사라졌지만 이들이 행사했던 공천권을 정당의 몇멏 간부들이 오늘에도 행사하고 있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미국에서 지난 60여년간 실시하여 민주주의를 공고히 한 것 처럼 이러한 폐단을 없게 하기 위해 당의 각종 후보에 대한 예비선거제도가 한국에도 법제화되어야 한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그러나 경선제도도 여러가지가 있다. 미국에서는 주에 따라서 당원들만이 참가하는 소위 “Closed Primary”와 비당원들도 참가하는 “Open Primary,” 당원대회인 “Caucus” 그리고 “Open Primary” 의 일종인 “Jungle Primary”가 있다.

    필자는 한국의 정부 형태가 미국식 대통령중심제임으로 미국의 많은 제도중에서 좋은 제도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국은 연방국가임으로 각 주마다 특징을 갖고 자체의 특이한 경선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필자가 지난 45년간 미국의 경선제도를 관찰한 결과 한국 실정에 가장 적합한 제도는 루이지아나주의 소위 “Jungle Primary System”인 것 같다.

    2007년 가을 루이지아나주에서는 인도 이민 2세인 바비 진달 공화당 후보가 예비선거에서 승리하는 동시에 주지사로 당선 확정되었다. 11월 본선거를 거치지 않고 10월 예비선거 결과 주지사로 당선되었다. 즉 그는 각 당의 모든 후보들이 참가한 예비선거에서 투표자의 50% 이상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본 선거를 치를 필요가 없게 되었다. Jungle Primary 제도는 말 그데로 밀림에서 강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이 예비선거제도 하에서는 공화, 민주, 무소속 할 것 없이 누구나 출마하여 50% 이상을 득표하면 득표자는 본선거 없이 당선이 확정되며 만약 50% 이상의 득표자가 없으면 최고 득표자와 차점자가 본선거에 진출하여 우열을 가리는 결선투표제도이다. 따라서 같은 정당의 후보 2명이 본선거에서 대결할 수 도 있다. 이 제도는 선거로 인한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또한 무엇 보다도 구민의 의사를 가장 충실하게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 제도가 한국에서 실시된다면 한국 국민은 선거권을 행사하기 전에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향유하게 될 것이다.

    이번 10월 24일에 있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Jungle Primary 제도가 실시된다면 서울시민의 의사를 대변할 좋은 시장이 선출될 것이다. 여러명의 후보가 출마하여 50% 이상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고득표자와 차점가 대결하는 결선투표를 하는 제도가 있으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재로서는 투표자의 과반수도 득표하지 못하는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현실에 맞는 제도를 1948년에 대한민국 건국때부터 현명하게 채택했다면 많은 낭비와 비극과 오명의 역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필자는 확신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실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공고히 할 의사가 있으면 무엇 보다도 비민주적인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철저한 국민경선에 의한 각 정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정치제도의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그러할 경우 이 대통령은 한국의 진정한 민주화를 이룩한 정치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