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계엄 위법성 인식하고도 협조 요청"직권남용 무죄 유지…"준비태세 기여 어려워"
  • ▲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항소심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징역 9년이 선고됐다.

    12일 서울고법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주요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등 비상계엄 관련 내란 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장관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내란 중요임무종사 및 위증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행정안전부 장관이자 국무위원으로서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대통령을 보좌하거나 필요시 해제를 건의했어야 할 지위에 있었다"며 "그럼에도 위법한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되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위헌·위법성을 인식했음에도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 협조를 요청한 이상 내란 중요임무종사에 대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전 장관은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등 주요 기관 봉쇄와 경향신문 등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허석곤 전 소방청장에게 협조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적 없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한 혐의(위증)도 받는다. 검찰은 이 전 장관이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적극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가 담긴 문건을 전달받은 뒤 이를 허 전 청장에게 하달했다며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또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관련 지시를 부인한 부분에 대해서도 위증 혐의를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실제 단전·단수 조치가 실행되지 않았고 일선 소방서가 대응 태세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내란 특별검사팀은 1심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항소했다. 특검은 지난달 22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징역 15년을 재차 구형하며 "이 전 장관은 오랜 법조 경력을 통해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헌적 포고령에 따라 특정 언론사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계엄에 비판적인 언론을 차단해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소방청장이 서울소방청장에게 일반적 지시를 전달한 것만으로는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나 준비태세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전 장관 측은 재판 과정에서 주요 기관 봉쇄 계획과 단전·단수 지시 문건을 전달받은 사실 자체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