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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총회 연설을 통해 북한에 대한 메시지를 다시 한번 분명하게 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구체적인 조치를 아직까지 취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도발적인 행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가 그들의 의무를 이행할 경우 북한 주민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주어지는 미래가 열릴 것이나 국제법을 벗어난 길을 계속 걸어갈 경우 북한은 더 큰 압박과 고립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상당한 외교적 맥락 속에서 이해된다. 우선 지난 7월말 뉴욕에서 열린 1차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해 전달된 '비핵화 사전조치'에 대해 북한이 아직 뚜렷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미국은 북한의 답변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아울러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후속 북미회담에서 미국이 견지할 원칙을 정리해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 외교소식통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하순 러시아 방문 기회에 '대량살상무기(WMD) 실험의 잠정중단(모라토리엄)'이라는 카드를 꺼냈으나 미국은 여전히 불충분하다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열릴 북미 2차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의 입장을 분명히 파악하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1일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이 밝힌 비핵화 사전조치에 대한 설명을 한국 측으로부터 자세하게 브리핑받은 뒤 북한과의 2차 고위급 회담에 임하는 전술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북한의 설명에서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등과의 협의를 거쳐 2008년 12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6자회담 재개 문제도 진지하게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이 여전히 미국을 상대로 '진정성없는 동어반복'을 계속할 경우 미국은 단호하게 대북 압박 정책을 지속해나갈 것임을 경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당근(협상)과 채찍(압박)'의 기로에서 북한의 태도에 따라 미국의 정책방향을 결정짓겠다는 얘기다.
현재 워싱턴의 기류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간 지속해온 이른바 '전략적 인내'를 골간으로 한 대북 정책에 대해 비판적 기류가 강한 편이다.
진보진영에서는 '과감한 협상'을 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고, 보수 인사들도 "제대로된 정책없이 결국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이라는 새로운 도발만 유발했다"고 혹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정부는 '북한통'으로 유명한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을 새롭게 국무부 정무차관에 기용해 대북 정책의 긴장감을 고취시키고 있다.
이 소식통은 "흔히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로 불리는 새로운 대북정책의 의미를 미국 당국자들에게 물으면 최소한 북한의 추가도발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면서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미국의 적극적인 대북 협상이 실현될 개연성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북한이 사전조치의 내용과 관련해 내년 대선 행보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오바마 정부를 향해 '솔깃한 제안'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미국이 북측에 요구하고 있는 사전조치는 ▲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추가 핵실험및 우라늄농축 활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군사도발 중지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미국은 우라늄농축 활동 중단에 가장 큰 무게를 두고 있다.
만일 북한이 영변의 우라늄농축 설비를 미국 전문가들에게 직접 공개하겠다는 등의 '깜짝 카드'를 꺼내들 경우 상황이 급반전할 수도 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도 6자회담 조기 재개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조만간 관련국간의 외교적 신경전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