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관심없다"며 각종 출마설 일축해왔으나 '심경 변화'
  • 단 엿새였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설이 들끓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기술대학원장은 6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후보 단일화를 선언, 출마를 접었다.

    지난 1일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결심 임박 보도가 나온지 채 일주일도 안된 시점이었다.

    여야 관계없이 각종 선거때마다 영입 '0 순위'로 꼽히며 러브콜을 받았던 그의 변화에 정치권도 설왕설래 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지난해 6.2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도 출마설이 끊이지 않았으나 번번히 "정치에 관심없다"며 정치권을 머쓱하게 했던 그였다.

  •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기술대학원장은 6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후보 단일화를 선언, 출마를 접었다. ⓒ 연합뉴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기술대학원장은 6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후보 단일화를 선언, 출마를 접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안 원장은 2일 '청춘콘서트'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과 달리 시장은 바꿀 수 있는게 많다"며 출마를 검토 중임을 직접 밝혔다.

    대중의 폭넓은 신뢰와 인기를 얻고 있는 안 원장의 출마 검토 소식에 정치권은 '손익계산서'를 짜기 분주했다.

    3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유력 후보들을 압도,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안 원장은 39.5%의 지지율로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13.0%)과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10.9%)를 가뿐히 눌렀다. 국민일보-GH코리아 조사에서도 나 최고위원(17.3%)과 한 전 총리(12.8%)보다 2∼3배나 많은 36.7%의 지지를 얻었다.

    정치권은 '안철수 신드롬'이 기성정당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안철수 바람의 의미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경고"라고 진단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이들은 모두 한배를 타야 한다"며 안 원장의 야권통합 후보 경선참여에 러브콜을 날렸다.

    그러나 안 원장의 '출마 검토'는 '출마 선언'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스스로 '마음 속 깊은 응원자'로 표현한 박원순 상임이사와의 관계가 발목을 잡았다. 박 이사는 안 원장의 출마 검토 소식에도 강력한 출마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안 원장은 4일 "정말로 그 분(박원순 이사)이 원하시면 그 쪽으로 밀어 드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결국 그는 6일 오후 박 이사와 시내 모처에서 회동한 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박 이사는 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수 있는 아름답고 훌륭한 분이다.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박 이사는 "서로의 진심이 통했고 정치권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합의를 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회견은 단 몇분 만에 끝이 났다. 안 원장은 회견을 마친 뒤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씨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다만 안 원장은 '서울시장 선거에 지원하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해, 직접 선거대책본부위원장 등의 직책을 맡는 등 이번 선거의 '얼굴'로 등장하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 안 원장의 불출마가 내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 안 원장은 "출마 선언을 한 적도 없다, 시장에 대해서만 고민했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