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웃고, 박경철은 울고...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었다. 아쉬움이나 미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편으론 무책임해 보이기까지 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에서 보인 모습이었다.

“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도 안다. 제게 보여준 기대 역시 우리 사회의 리더십에 대한 변화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된 것으로 여긴다.”

안 교수는 흡사 남의 얘기를 하듯 말했다. 정말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한 사람인가는 의문이 드는 모습이었다. 나쁘게 말하면 '어린 애들 장난하나?' 하는 느낌이 든다고 비판해도 지나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그런 모양새였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수 있는 아름답고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불출마의 이유라고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고 어려웠던 적이 없었던 안 교수다. 자신은 언제든 다시 정치권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한편으론  '정말 순수 내지 순진하다'는 평을 할 수도 있을 듯했다.

이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말없이 눈물을 흘린 이가 있었다. 안 교수가 불출마 선언을 하고 가장 먼저 찾은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병원장이었다.

안 교수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박 원장을 껴안았다. 박 원장이 안 교수의 등을 토닥이며 눈물을 쏟았다.

박 원장은 “내가 믿었던 사람이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지율이 가장 높은 사람이 자기보다 더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양보하는 모습을 보니 감정이 복받쳤다”고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안 교수 출마설이 불거진 뒤 5일 동안 안 교수가 겪은 마음고생이 미안하다고도 했다.

그리고 “안 교수와 정치권의 인연은 끝났다. 그가 정치권에 다시 몸을 던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과연 박원장의 단언이 맞는 지는 지켜볼 일이다. 안교수의 지난 6일간의 발언은 누가 보아도 일관성이 결여됐고, 앞뒤가 안맞는 구석이 많았다.

만약 안교수가 다시 정치권에 나서서 정치적 발언과 정치적 운신을 한다면, '시골의사' 박원장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