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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소속 출마설’을 놓고 2일 정치권은 일단 적극 환영을 표하면서도 내심 실제 출마가 몰고 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나라, 안철수 무소속 출마는 ‘호재’
이날 충남 천안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는 ‘안철수 출마설’에 크게 술렁였다.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안철수 교수의 출마에 따른 득실 계산 및 실제 출마 여부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홍준표 대표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다자간 구도가 되면 좋기 때문에 안 교수의 출마는 우리에게도 호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담조로 “안 원장이 나온다고 하느냐. 내일은 영희도 나오겠다”고 말했다.
실제 무소속 출마할 경우 3자구도 대결이 성사돼 여당에 유리한 판세가 조성되는 게 아니냐는 표 계산을 내놓은 것.
다른 의원도 “안 교수가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한나라당에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홍 대표와 보폭을 맞췄다.
정반대되는 의견도 나왔다. 친박계 이혜훈 의원은 “안철수 출마 논란으로 오히려 야권 단일화가 촉진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특히 “야권은 안철수 교수가 표를 깎아먹는다고 생각하면 더욱 똘똘 뭉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른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해도 안 교수가 야권연대의 틀에서 움직일 것이므로 결국 우리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교수의 출마를 극구 만류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두언 의원은 이날 안 교수를 직접 만나기 위해 나서기도 했다.
안 교수의 ‘청춘콘서트’ 특강에 내빈으로 참석한 정 의원은 ‘안철수 출마설’에 대해 “(안 교수가) 그대로 존경하는 대상으로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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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일 천안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 참가한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 “여당 후보보다 야권 후보가 타격이 클텐데”··· 우려내심 복잡하기는 야권도 마찬가지다. 안 교수가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은 더욱 곤혹스럽다.
성공한 최고경영자이자 바른 지성인으로 알려진 안 교수가 출마하면 중도개혁 성향의 청장년층 표를 흡수할 가능성이 커 야당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표정관리는 확실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적극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 안 교수를 범야권후보라고 단정 지었다.
그는 이날 YTN 라디오 ‘강지원의 출발 새아침’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안 교수가 좋은 후보라고 생각한다. 우리당에도 좋은 후보들이 있는데 이 분들이 다 함께 참여해서 아름답고 치열한 경선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안 교수의 한 측근은 “평소 안 교수는 여야를 막론하고 기존 정치세력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기성 정당이 이런 상황을 고치지 않는다면 국민이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안 교수가 출마하면 정치의 대안세력이 되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안 원장의 출마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안 원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야권 지지층과 겹쳐 상대적으로 한나라당 후보보단 야권 후보가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안 교수가 야당으로 오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돼 일단은 추이를 살피면서 서울시장 보선 구도와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안 교수의 출마에 대한 초반 반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경우 안 교수는 쉽사리 사그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당내 경선과 통합 후보를 만드는 과정을 잘 이뤄내면 결국 (무소속 출마한) 안 원장은 크게 위협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