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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안철수의 파워는 대단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의 10.26 서울시장 선거 출마설에 2일 서울시청과 여의도는 벌써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각종 SNS에는 안 교수에 대한 글이 끝도 없이 이어졌고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안철수 출마설'이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랐다. 서울시청 '복도통신'은 온종일 안 교수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단순한 서울시장을 뽑는 것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가늠할 수 있는 최대 승부처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구동성으로 명실상부한 대선 전초전이 될 거라고 말하고 있다.
정치평론가 김종배 씨는 “폭탄이 터졌다. (안 교수가 출마하게 되면) 여-야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입맛만 다시는 신세를 면치 못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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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연합뉴스
◇ 안철수·박경철·윤여준 삼각편대 제3세력으로?
안 교수의 정치적 성향과 지지자들은 분명 여-야 어느 한 곳으로 분류하기 힘들다.
젊고 스마트한 이미지 덕에 진보적 색채를 띠고는 있지만, 좌-우 이념을 적용하기 힘든 제3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안 교수와 함께 ‘희망공감 청춘콘서트’를 벌이고 있는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시골의사'로 통하는 박경철 신세계연합의원 원장 등의 지원도 결코 기성 정당의 파워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정치적 대안세력 형성을 주도하고 있는 윤 전 장관의 전략가 기질은 정치 신입생 안 교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 출신인 윤 전 장관은 2000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선거 전략을 짜내는 등 그 동안 선거 전문가로 평가받아 왔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안 교수, 박 원장 등과 현실정치의 문제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기성 정치인의 시대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새로운 대안세력의 생성은 꼭 필요"하고 따라서 "좋은 대안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안 교수가 기성의 정치권에는, 여든 야든 결코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기성 여-야는 본질적으로 같은 세력이고 그들로는 한국정치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이들 외에도 안 교수에게는 청춘콘서트를 함께 하고 있는 방송인 김제동씨, 조국 서울대 교수,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스님 등 '든든한' 배경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정치 세력을 꿈꾸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합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을 비롯한 기성 정당 중심의 야권 통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문 이사장이 안 교수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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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6 재보궐선거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 구청에서 열린 `2011희망공감청춘콘서트'에 시골의사 박경철과 함께 참석, 취재진들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정치권은 ‘발칵’ 與 화색, 野 당혹
안 교수 출마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하다.
안 교수가 만약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된다면 가장 타격이 큰 쪽은 야권이다.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이 모조리 쏠릴 것이라는 암담한 전망도 있다.
아직은 말을 아끼고 표정관리를 하는 중이지만, 불편한 기색은 감추지 못한다. 한 민주당 국회의원은 “분명히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걱정을 털어놨다.
그는 “안 교수의 이미지나 정치적 색깔을 볼때 단일 후보를 내세울 야권이 한나라당과 안 교수 2명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때문에 민주당은 안 교수의 영입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분위기다.
가장 충격에 빠진 쪽은 서울시장 출마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다. 박 이사 측 관계자들은 “'반한나라당 서울시장' 탄생론에 야권이 아니라 안 교수가 대안으로 뜨게 된다면 박 이사가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모처럼 기분이 좋다.
그 중에서도 홍준표 대표의 표정은 밝다. 나경원 최고위원의 출마를 견제하는 홍 대표 입장에서는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2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당 의원 연찬회에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다자간 구도가 되면 좋다. (안 교수와의 대결은) 우리도 좋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나경원 최고위원 한 측근은 “나쁘지 않은 구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거라는게 후보의 개인 인지도만으로는 쉽게 치를 수 없는 일이다. 안 교수의 지지도가 만만치는 않지만, 오히려 나 의원에게는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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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박근혜 전 대표의 청와대로 가는 길은 상당히 불편해질지도 모른다. ⓒ 연합뉴스
◇ 박근혜, 묵언수행 끝내야 할지도…
오세훈 시장의 주민투표를 끝까지 외면했던 박근혜 전 대표도 이번 만큼은 가만히 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교수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이 된다면 주민투표 실패 책임론에 연이은 박근혜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안 교수가 내년 대선까지 넘볼 수 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한다면 박 전 대표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친이계 한 국회의원은 “기성 정당이 한 벤처기업가에게 패배한다면 그 충격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한나라당은 희망이 없고 야당은 대안이 없다는 인식이 유권자들에게 퍼질 것이고 이에 대한 가장 큰 피해는 박근혜가 볼 것”이라는 말이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문 이사장이 안 교수와 손을 잡는다면 10.26 선거는 불꽃 튀는 대선 전초전이나 다름 없다.
게다가 야권이 안 교수의 '위세'에 눌려 통합후보를 내지 못하고 안 교수 지지로 돌아선다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지원 유세에 나서야 한다. 박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여권 잠재적 대선 후보나 야권 후보들도 마찬 가지다.
자기 진영 후보를 위해 자신의 일인 양 뛸 수밖에 없다.
안 교수가 정말로 출마를 선언한다면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대선 분위기는 그 순간부터 후끈 달아 오를 것이 확실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