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홍준표 대표..."사실상 승리"“말 바꿀 줄 알았다” 비판...서울시도 당황
  • 25.7%.

    24일 오후 8시, 대한민국에 던져진 이 숫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리 달라야 할까.

    복지 포퓰리즘에 휩싸인 대한민국에 2자리 숫자가 던져졌다. 목표는 33.3%였다.

    결과는 분명히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다. 279만5천761명이 투표소를 향해야 했지만, 215만7천744명에 그쳤다. 65만명이 부족했다.

    여기까지는 숫자다. 하지만 같은 숫자를 보고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먼저 주연을 맡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투표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안타깝다”는 말과 함께 패배를 인정했다.

    투표 거부 운동을 벌였던 민주당은 ‘서울시민의 승리’라고 치켜 세웠다.

  • ▲ 24일 송파구 잠실7동 제1투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가 종료되자 투표함을 봉인하고 있다. 봉인된 투표함을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홍준표는 '승리'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 24일 송파구 잠실7동 제1투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가 종료되자 투표함을 봉인하고 있다. 봉인된 투표함을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홍준표는 '승리'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은 완전 달랐다.

    한나라당은 “투표율로 볼 때 사실상 승리한 것”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강조한 말이다.

    끝까지 당론을 모으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우왕좌왕 했던 한나라당이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SOS'를 쳤을 때, 때론 못들은 척 했던 한나라당이었다.

    그런 한나라당의 홍 대표가 이날 최종 결과치가 나온 뒤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 야당의 비겁한 투표거부와 투표방해 등을 감안할때 투표 참여율은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승리라는 주장을 곁들였다.

    "투표함을 개함하지 못하게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고도 했다.

    사실상 승리라는 단어를 쓴 이유가 개운치 않다. 투표거부운동에도 불구, 25.7%대의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라는 논리다.

    이번 투표율이 오 시장의 지난 선거 득표율(25.4%)보다 높고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받은 표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짚어냈다.

    야당의 조직적인 투표방해 책동에도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곽노현 교육감이 받은 표(145만9천535표) 보다 약 70만표 많은 시민이 투표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또다시 ‘투표거부운동에도 불구하고’라는 명제를 한번 더 붙였다. 그간의 재보선 투표율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고 ‘자화자찬’했다.

    투표거부 운동을 벌인 민주당의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물론이다.

    잠자코 지켜보던 청와대로 똑같았다.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오 시장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 청와대도 입을 열었다. “개함 요건 투표율 33.3%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내용적으로 선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중인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청와대 핵심참모도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25.7%의 투표율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따라서 선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자평이었다.

    마치 한나라당과 입을 맞춘 듯 했다.

    국민들이 헷갈릴 만도 하다. 지고도 “졌다”고 말하지 못하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질지도 모른다.

    당사자인 서울시청도 ‘당황한’ 분위기다. 이미 “졌다”고 말했는데,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눈치를 보자면 “이기지는 못했다”로 말을 바꿔야 할 판이다.

    주민투표 직후 거취 문제를 밝힐 것으로 전망됐던 오세훈 시장이 “하루 이틀 뒤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벌써부터 여론도 심상치 않다. '그들'만이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비판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사실상 승리’ 입장을 보도하는 기사마다 “말 바꿀 줄 알았다”는 논조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아이디 JJUN0000은 “주민투표 패배와 오세훈 시장의 중도하차가 향후 정국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 같으니 이제와 말은 바꾸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제와서 말을 바꾸느니 진작에 도와주지 그랬느냐”는 비난도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