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하면서 카다피 이후 리비아의 미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군 과도국가위원회(NTC)는 이미 `포스트 카다피' 시대의 청사진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먼저 NTC가 42년간 카다피의 장기 독재체제 이후 생긴 권력 공백을 메울 만한 역량을 갖췄는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다.

    무스타파 압델 잘릴 NTC 위원장이 이끄는 NTC는 동부 벵가지를 거점으로 반정부 세력의 중심 역할을 해 왔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로부터 리비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을 받는 등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포스트 카다피 시대의 방향은 물론 수많은 부족과 정파 간의 이해관계로 분열된 것으로 알려졌다.

    NTC 자체에 카다피 체제에서 이탈한 장관은 물론 반정부 인사, 해외 망명자, 아랍민족주의자·이슬람교도 등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반군 최고사령관인 압둘 파타 유네스 대장이 내부 세력에 의해 피살된 사건은 반군 내 분열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2일 익명의 외교관을 인용해 이 사건에 반군 최고 지도자 중 한 명인 마흐무드 지브릴이 연루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카다피 이후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미리 정적을 차단한 것이라는 의혹인 셈이다.

    최근 트리폴리의 서쪽과 남쪽 공급로를 차단하는 등 잇따라 승전보를 전한 서부 반군의 전세 역전에 지지부진한 동부 반군에 대한 불신도 존재한다.

    게다가 리비아에 존재하는 수많은 부족 역시 혼란상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사담 후세인이 권좌에서 물러난 뒤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으로 8년째 혼란이 계속되는 이라크와 달리 리비아에서는 종파 간 갈등은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서로 연결고리가 약한 140여 개 부족 간의 정치적, 경제적 갈등이 증폭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분열이 초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알-카에다와 같은 이슬람 과격 세력이 발호하면 권력 지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다른 일각에서는 카다피가 망명하더라도 가족이나 측근을 통해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카다피가 사망하더라도 그의 가족과 측근들이 부족 간 대립을 활용해 전후 복구 과정에 개입하거나 이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에 직면한 서방 국가들이 리비아의 재건을 지원할 여력이 남아 있을지 의문인 점도 '포스트 카다피' 시대의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더 타임스는 "카다피가 이미 리비아를 떠났을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카다피가 남긴 무기를 이용한 보복 공격과 약탈에 따른 혼란은 물론 향후 정국과 석유 주도권을 둘러싸고 반군 지도부의 분열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