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학생 땡볕서 생고생…부유층 자녀는 뒷돈내고 빠져
  • 2012년까지 공연 예정이던 북한의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이 2015년까지 연장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공연에 동원되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5일 보도했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한 중국인은 북한 당국이 `아리랑'을 2015년까지 연장하려 한다는 소문에 평양 주민들 사이에서 "2012년에 마무리한다고 해놓고 왜 말을 바꾸나" "누가 보지도 않는 공연을 왜 계속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RFA에 전했다.

    2002년 김일성 주석의 90회 생일을 맞아 처음 열린 이 공연은 2005년에 두번째 공연을 했고 2006년 수해로 취소된 이후 2007년부터 매년 8월께 개최됐다.

    연인원 10만명이 동원되는 이 공연은 고된 훈련 때문에 평소에도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악명이 높았다.

    특히 노동자나 하급간부의 자녀들이 30도가 넘는 땡볕에서 공연연습을 하는 시간에 월 30달러가량의 뒷돈을 내고 연습에서 빠지는 부유층 자녀는 개별 과외수업을 받는 등 빈부의 명암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을 잘했다는 평가가 나오면 훈장이나 TV 등의 혜택이 따르기도 하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의 불만과 반발 속에서도 북한 당국이 `아리랑' 공연을 연장하려는 것은 이 공연이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기 때문이다.

    아리랑 공연 기간에 북한을 여행하는 관광객은 의무적으로 공연을 관람해야 하는데 관람료가 1인당 800위안(한화 13만원가량)이나 된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만으로는 공연장인 `5월1일경기장'을 채울 수 없어 평양 시민이 강제 동원돼 공연을 관람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고위 탈북자는 공연 연장설에 대해 "후계자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게 되면 주민을 결속시키는 수단으로 아리랑 공연을 연장하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일 북한의 조선국제여행사와 고려항공사, 베이징하오스(北京好時)여행사 등은 공동으로 상하이-평양 직항노선을 운항하기 시작했으며 같은달 29일부터 매주 화·금요일 두차례 정기 운항에 들어갔다.

    이 항공편을 이용해 북한을 관광하고 돌아온 중국인 양모(55·여)씨는 여행에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10만명이 동원돼 1시간30분간 일사불란하게 진행되는 아리랑 공연을 보며 북한 집단주의체제와 주체사상, 사회주의 정신을 느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