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시민들이 호텔 여종업원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前)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사건의 반전과 관련해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 사건은 검찰이 피해 여성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공소 취소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각) 국제 권력, 성(性), 인종, 정치 야망의 어두운 그림자를 가진 스트로스-칸 사건이 뉴욕시를 바라보는 뉴욕 시민의 시각을 판단할 수 있는 로르샤흐 검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로르샤흐 검사는 좌우 대칭의 불규칙한 잉크 무늬를 보고 어떤 모양으로 보이는지를 말하게 해 성격, 정신 상태 등을 판단하는 인격 진단 검사법으로, NYT는 뉴욕시민이 성, 인종 등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이 사건을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민자들이나 그들의 가족은 기니 출신의 피해 여성에 대해 여전히 동정적이지만, 다른 한쪽, 특히 남성들은 스트로스-칸의 훼손된 명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흑인 여성 간호사 리사 노빌(27)은 스트로스-칸 사건에서 자신이 병원에서 당하는 상황과 비슷한 면을 본다고 밝혔다.

    노빌은 "환자들이 자신에게 했던 질문을 백인 의사나 간호사들에게 다시 한다"며 "내가 경험이 더 많아도 환자들은 내가 흑인이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를 불신한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출신의 이민 여성 프리얀티 시리션(30)은 스트로스-칸 사건이 자신의 아픈 경험을 돌이키게 한다고 말했다.

    10년 전 뉴욕에 온 그는 알던 사람에게서 강간을 당했지만, 경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가해자를 체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피해 여성이 몇 가지 거짓 진술을 했을 수 있지만, 강간 자체는 거짓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이민자의 후손인 영 유(30)는 피해 여성이 이민 당국에 말한 것이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짓말쟁이로 불리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국 조사를 받으면서 불안해 몇 가지 진술을 잘못했을 수 있다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며 "일부 잘못된 진술과 성폭행 피해 사실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 여성에 대해 동정적이지 않은 이민자들도 있다.

    40년 전 뉴욕에 온 멕시코 출신의 미겔 산체스(61)는 "모든 것이 돈 문제"라며 "피해 여성이 스트로스-칸의 돈과 유명세를 악용했다"고 말했다.

    스트로스-칸의 훼손된 명예를 걱정하는 시민도 있다. NYT는 이런 견해를 가진 대부분이 남성이라고 전했다.

    조슈아 와이트(38)는 "모든 사람 눈에 스트로스-칸은 악마로 보였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 약간의 술책이 개입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반응에도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이번 사건이 뉴욕 검찰에 오점을 남겼다는 것이다.

    또 스트로스-칸 사건의 반전이 뉴욕의 명성과 국제사회, 특히 유럽에서 미국의 입지를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