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절치부심.. 끝내 당대표 당선 유승민-나경원-원희룡-남경필 順 최고위 진입
  • “아무리 몸부림쳐도 대세를 거스를 순 없다.”

    초반부터 이어진 홍준표 후보의 ‘대세론’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하루 이틀 만에 뒤집힐 판세가 아니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치고나온 홍 후보가 다른 후보들의 추격세를 뿌리치고 당당히 1위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머쥘 것”이라던 홍 후보의 호언장담(豪言壯談)이 현실화된 것이다.

  • ▲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선출된 홍준표 의원이 손을 흔들어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선출된 홍준표 의원이 손을 흔들어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벌써 1년 

    절치부심(切齒腐心). 지난 1년 홍준표 후보의 속내를 반영하는 사자성어다.

    지난해 7월14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1차 전당대회에서는 안상수 후보가 대의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총 4천316표를 얻어 신임대표로 선출됐다.

    당시 2% 차로 2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홍준표 후보는 눈물을 머금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쉬운 패배다.

    그리고 355일이 지나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길다고 생각하면 한 없이 길고, 짧다고 생각하면 찰나같이 짧은 시간 동안 당 대표직을 탈환하기 위해 준비 아닌 준비를 해왔다. 

    “이번엔 절대 패배할 수 없다”고 다짐한 홍 후보는 선거인단의 ‘당심(黨心)’과 박근혜 전 대표의 박심(朴心)을 얻기 위해 밤낮없이 뛰고 또 뛰었다. 

    전임 지도부로서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회피할 순 없었다. 하지만 당당히 맞서기로 했다.

    그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그럼에도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판을 앞두고 당을 이끌 적임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오늘 국민들은 새로운 희망을 봤다”

    “기호3번 홍준표 후보가 한나라당 대표로 당선됐습니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은 압도적인 결과다. 당초 원희룡 후보와의 박빙을 점쳤던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의원·당원·청년선거인단 투표(70%) 및 일반 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홍 후보는 4만1천666표를 얻었다. 2위를 차지한 유승민 후보(3만2천157표)와 약 1만표 차이를 벌린 것이다.

    이어 나경원 후보가 2만9천722표, 원희룡 후보가 2만9천86표, 남경필 후보가 1만4천896표를 각각 획득했다.

    이제는 후보가 아닌 당 대표다. 홍 신임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오늘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줬다”고 밝혔다.

    그는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현대조선소에서 일당 800원을 받던 경비원의 아들, 고리 사채 때문에 머리채를 잡혀 끌려다니던 어머니의 아들이 집권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고 했다.

    사뭇 비장한 표정이다. 수락 연설을 하는 내내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홍 신임 대표는 “계파 없이 홀로 뛴 선거에서 마지막 기회를 준 대의원의 뜻은 하나 된 한나라당을 만들어 내년 총선·대선에서 꼭 이겨달라는 바람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열했던 변방정신을 잊지 않고 모두와 함께 내년 총선·대선에서 압승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선출된 홍준표 의원이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선출된 홍준표 의원이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왜 홍준표를 택했나?

    한나라당이 홍준표 후보를 신임 대표로 선택한 것은 바로 ‘위기감’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팽배해진 당내 위기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결과다. 수도권 중진인 그는 서민·쇄신의 이미지 속에 이른바 ‘총선 전사론’과 국민과 야당, 권력 앞에서 당당한 행보를 하겠다는 입장을 표방해왔다.

    계파에 매달리는 공천을 근절하겠다는 공약이 당심(當心)을 자극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팎의 위기 때문에 벌벌 떨던 당원들이 희망을 본 것이다. 

    아울러 홍 후보의 승리에는 원희룡 후보를 내세운 친이(親李)계의 재결집에 대한 견제 심리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친박(親朴)계는 유승민 단일후보를 내 2위 당선이라는 기염을 토함으로써 미래권력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행보를 위한 단단한 기반을 쌓았다는 평가다.

    쇄신파는 황우여 원내대표 당선에 이어 남경필 후보를 최고위에 진입시켜 절반 성공을 거두었다. 나경원 후보는 특별한 계파 지지없이 대중성만을 등에 업고 3위에 올랐다.

    새 지도부는 내년 4월 총선 승리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쇄신·화합·친서민의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