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7.4 전당대회 최대 이변 박풍(朴風)이 불러일으킨 태풍원희룡, 경쟁자 나경원에 또 패배
  • ▲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투표를 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투표를 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다크호스’ 떠오른 유승민 후보가 기어이 일을 저질렀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도 활짝 웃었다.

    반면 홍준표 후보와의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원희룡 후보는 대학 동기동창이자 정치적 경쟁자인 나경원 후보에게 또 다시 무릎을 꿇으면서 4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유승민 후보는 4일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7.4 전당대회에서 ‘대이변’을 연출했다.

    애초 낮은 인지도와 지난 4년간 중앙 정치무대에서의 ‘공백’ 때문에 유 후보의 상위권 입상은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측근이라는 그의 경력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박풍(朴風)은 곧 태풍으로 바뀌어 유 후보가 한나라당의 차세대 정치인으로 수직 상승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위를 기록하며 당당히 최고위원직을 차지한 것이다.

    특히 유 최고위원은 선출직 인선에서 박 전 대표에 이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는 점에서 명실상부한 친박계의 대표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당내 갈등의 핵심인 친이-친박 계파간 갈등의 해소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 ‘소통의 다리’를 놓는 중요한 임무를 띄게 됐다.

    그러나 화합의 행보와 별개로 전대 기간 강조한 ‘박근혜 지킴이’로서의 역할도 예상된다.

    유 최고위원은 “당 안팎에서 적대적 공격이 들어오면 그때 분명하게 나서서 확실하게 지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공천학살’의 악몽이 아직도 여전한 친박계의 ‘공정 공천’에 대한 바람을 실현하는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 ▲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선출된 홍준표 의원이 2위를 차지한 유승민 의원과 함께 손을 들어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선출된 홍준표 의원이 2위를 차지한 유승민 의원과 함께 손을 들어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2위에서 4위로 급락

    ‘1위 싸움’ 못지않게 대학 동기동창이자 정치적 경쟁자인 나경원-원희룡 후보의 리턴 매치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4월 말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나 후보가 원 후보를 누르고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키며 사실상 ‘1승’을 거둔 상태였다.

    1년2개월여 뒤, 당 대표 놓고 치러진 ‘리턴 매치’인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나 최고위원이 3위를 기록, 4위에 머문 원 최고위원을 앞섰다.

    이로써 한나라당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두 사람의 전적은 나 최고위원의 ‘2승’으로 기록됐다.

    개표 결과가 나오기까지만 해도 원 최고위원이 나 최고위원을 앞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다.

    나·원 최고위원 모두 친이계 후보로 거론됐으나, 나 최고위원이 일찌감치 ‘탈(脫)계파’를 선언, 출사표를 던지며 사실상 친이계의 직접 지원을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최고위원은 탄탄한 대중적 인지도 등 자신의 힘으로 ‘조직의 벽’을 넘어섰다.

    한때 나·원 최고위원의 후보 단일화설(說)도 나왔지만, 나 최고위원은 끝까지 ‘조직’보다 ‘변화’로 승부수를 택한 것이다. 두 사람의 승부는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대학 동기동창에서 정치적 경쟁자로 거듭난 원 최고위원과 나 최고위원 모두 차기 서울시장의 꿈을 꾸고 있고, 나아가 차차기 대권주자로도 꼽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