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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를 가다보면 기흥 IC가 2개가 있다. 하나는 그냥 기흥 IC이고 또 하나는 기흥동탄 IC다.
두 IC와의 거리는 불과 800m.
언뜻 이해하기 힘든 비상식적인 이 도로행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탄신도시 주민들의 힘이 숨어있다. 기존의 기흥 IC 대신 더 가까운 동탄 IC를 설치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거셌기 때문이다.
이에 화성시와 도로공사 측은 지금의 기흥동탄IC 위치에 지금의 기흥 IC를 옮겨 건설하려 했다. “IC는 하나여야 한다”는 것과 “기존의 IC 이름을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 도로공사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동탄신도시 주민들은 “엄연히 ‘동탄’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왜 용인시 행정구인 기흥이라는 단어를 쓰느냐.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고, 이런저런 갈등 끝에 기흥 IC는 그대로 두고 동탄신도시를 위한 새로운 IC가 생기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동탄 주민들 입장에서는 가까운 거리에 IC를 얻는 것은 물론 IC에 동탄이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신도시 브랜드와 집값 상승의 효과를 얻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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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신도시 입주자 연합회 카페 캡쳐 화면. 신도시 관련 민원을 제기해야 하는 관공서와 제기 방법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 뉴데일리
신도시 주민들의 힘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한다”, “관공서보다 더 전문적이고 조직적이다”는 두려움이 섞인 공직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최근에는 주소명까지 바꾸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도로명 주소 도입을 앞두고 주소에 신도시 브랜드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판교와 동탄 신도시 주민들은 벌써 이뤄냈다.
성남시는 최근 도로명주소위원회를 열어 도로명 새주소 1천628건 가운데 54건을 변경했다고 4일 밝혔다.
바뀐 도로명 주소를 보면, 세계로→동판교로, 연성로→서판교로 등 판교 관련 새주소 24건이 포함됐다.
입주 이전부터 분당구와 분리해 판교구를 신설해달라고 요구한 판교신도시 주민들은 도로명 새주소가 '성남시 분당구 연성로 ○○번지, ○○○동 ○○○호(판교동, 판교원마을)' 식으로 결정되자 반발해 왔고 결국 성남시를 상대로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이다.
“노후화된 분당이라는 이름보다는 새로 건설되는 판교가 훨씬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동탄신도시도 마찬가지. 화성시는 앞서 지난달 28일 주소 도로명에 ‘동탄’지명 삽입요구를 수용하는 등 93개 도로구간의 도로명을 신규로 부여하고 변경하는 안을 확정했다.
위원회는 동탄신도시 주민들이 변경 신청한 45개 도로 명칭을 검토한 끝에 도로명에 ‘로’가 붙는 6개 구간과 ‘길’이 붙는 14개 구간에 대해 ‘동탄’ 명칭을 삽입하는 안을 받아 들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