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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출신 첫 고위공직자인 조명철 통일부 통일교육원장은 "어떤 세력이나 성향으로부터도 시비를 당하지 않는 통일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구축하는 것이 제가 추진하는 기본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 원장은 27일 서울 강북구 인수동 통일교육원장실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통일교육은 시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통일교육만큼은 정권이나 시대의 흐름과 관계없이 한결같이 가는 그런 구조를 만들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달 8일 취임한 조 원장은 "통일이라는 것은 아픔의 역사와 현실을 종식하는 것"이라면서 "통일은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가 숙명으로 안고 가야 하는 반드시 이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교육원의 교육 방향에 대해 튼튼한 안보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각계각층에 대한 맞춤형 교육과 찾아가는 교육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바(ABBA)의 'I have a dream'을 휴대전화 컬러링(통화연결음)으로 사용하는 그는 "소박한 꿈이 있다"면서 "더는 굶어 죽는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고 말을 잘못해도 수용소에 끌려가지 않는 그런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에 대해서는 "세습은 관성으로 가겠지만 앞날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면서 "김정은 체제가 얼마나 혁신할 수 있느냐, 주민에게 물질적 혜택과 더 큰 희망을 줄 수 있느냐의 문제이며 거기에 대해 별로 희망이 안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조 원장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
-- 고위공직자로서 취임 이후 소감 및 생활에 변화가 있다면.
▲통일교육원장에 지원할 때 새로운 것을 많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와서 보니 이미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더라. 제가 정말 많은 생각과 노력을 하지 않으면 업그레이드된 사업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배가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 또 통일교육원이 혼자서는 어렵겠다고 느꼈다. 교육계 등 사회 각계와 적극적인 교류 협력을 통해서 통일교육의 대중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고민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직 취임 이후 너무 많은 생각과 대화, 실태 파악 등으로 정신적으로 대단히 긴장돼 있다. 집에 가면 그냥 쓰러진다.
-- 최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국회 '데뷔'를 했는데 느낌은.
▲ 어깨가 무거웠다. 대한민국 정부의 한 개 기관을 맡아서 책임지겠다는 것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정말 맡은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서 성과를 내겠다는 결심을 얘기하는 자리였고 그래서 어깨가 무거웠다. 태어나서 자라면서 어깨가 무거웠던 적이 몇 번 있지만 가장 어깨가 무거웠던 자리였다. 자리는 받았지만 열정과 성의가 담기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있겠나 하는 두려움과 무거움을 많이 느꼈다.
-- 앞으로 통일교육 방향은.
▲통일교육은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평화통일 지향, 이런 것에 근거해서 하는 사업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고 그런 기초 위에서 북한을 바라보고 안보를 생각하고 통일을 그리는 그런 교육이 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교육,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을 모두 보여주는 교육, 왜곡되지 않는 북한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지향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남북 간에는 이념, 체제, 문화적 차이가 있다. 남북이 교류협력을 하든 대화를 하든 안보에서 확고한 태세를 취해야 한다. 안보태세를 유지하면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북한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다. 경제공동체, 평화공동체, 민족공동체도 북한과 함께 해야 한다. 통일을 그리는, 준비하는 교육도 균형 있게 해야 한다. 찾아가는 교육을 할 것이다. 과거에는 불러들이는 교육이었다면 각 지역에, 각계각층에 찾아가서 실질적으로 생동하는 교육을 하려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맞춤형 교육이다. 연령별, 학력별, 지역별 등 각 특성을 고려해서 맞춤형 교육을 해야 한다. 정보화 수단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다 재미있게 할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 탈북자 출신으로서 통일교육에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고 장점도 있지 않겠나. 장점이라고 하면 북한 현실에 대해 책을 통해 본 분들보다 있는 그대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관계기관에서 나를 탈북 동포라는 개념에서 좀 더 긍정적으로 따뜻하게 대해 줄 것으로 믿는다. 이것이 예산이나 행정 등 유관부처로부터 협조를 구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나. 그런 점에서 협조를 많이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 그동안 통일교육의 미흡한 점을 지적한다면.
▲그동안 통일교육과 관련해 정말 많은 일을 한 것 같다. 그렇지만, 통일교육이라는 것이 상당히 시대적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성격의 정권인가에 따라 통일교육 내용이 자꾸 변할 수도 있고, 그에 따라 북한, 안보, 통일이라는 3가지가 불균형을 이룰 수도 있다. 통일교육이 과거 역사와 연동되면서 필요성이 커졌다 작아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의 목표는 통일교육만큼은 정권과 성향에 관계없이 시대 흐름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가는 그런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있는 그대로의 북한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대북정책은 역사적 사실로서 그대로 반영해주면 된다. 통일 미래를 현실성 있게 그리면 된다. 어떤 세력이라도 어떤 성향이라도 시비를 걸 이유가 없다. 시비를 당하지 않는 통일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구축하는 것이 제가 추진하는 기본 생각이다.
-- 통일의 당위성을 얘기한다면.
▲정치적으로 보면 체제통합이고 경제적으로 보면 경제통합이다. 사회적으로는 이질성 제거다. 개인적으로 보면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제고시키고 사회적으로는 우리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선진국으로의 진입 가능성을 높여준다. 다양한 이점이 있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아픔을 종식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양한 헤어짐이 존재한다. 통일이라는 것은 아픔의 역사와 현실을 종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통일은 우리가 숙명으로 안고 가야 할, 반드시 이뤄야 하는 것이다. 어려움은 있지만 희망이 더 큰 것이 통일이다. 편익이 더 크다.
-- 남측으로 넘어온 지 17년째인데 그동안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것은.
▲한두 가지였겠나. 초기에는 북한에 두고온 부모님, 형제들, 친척 생각에 제일 힘들었다. 저 때문에 많은 분이 불이익을 당했다. 그런 것이 아프고 참기 어려웠다. 90년대 중반 북한에서 아사자가 많이 나올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 다 우리 동포들인데. 북에 계신 부친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도 견디기 어려웠다.
괴로울 때는 생각을 돌리거나 심지어 쇼킹한 사건들에 관심을 뒀다. 일을 찾아서 하기도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줄였다. 시간이 역시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중요한 수단이다. 대한민국에 와서 제일 고마운 게 일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일이 많으니 잡생각이 줄었다. 가장 큰 은혜가 일이었다. 미친 듯이 일했다.
--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이 아바의 'I have a dream'이던데 특별한 의미라도.
▲나에게는 꿈이 있다. 거창한 것도 아니다. 소박한 꿈은 북한 사회가 대한민국만큼 되라는 거다. 더는 굶어서 죽는다는 얘기 나오지 않고, 말 잘못해도 수용소로 끌려가지 않는 그런 정상적인 국가가 됐으면 한다.
-- 3대 세습 과정에서 북한의 체제불안정성을 전망하는 시각이 많다.
▲김정은으로의 세습은 그대로 갈 것이다. 김정일이 갖고 있던 사상과 이념, 국가정책, 기구체계, 사람까지도 그대도 인계해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김정일 대신에 김정은만 넣으면 김정은 체제가 된다. 체제가 세습된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체제보다 얼마나 혁신을 할 수 있는지, 주민에게 얼마 더 물질적 혜택을 줄 수 있는지, 얼마나 더 큰 희망을 줄 수 있는지에 달렸다. 거기에 대해 별로 희망이 안 보인다. 김정은 후계 공식화 이후 경제난으로 더 어렵다. 화폐개혁은 경제를 일신하려다 더 혼란과 궁핍을 몰고 왔다. 국가가 내세운 여러 가지 경제정책 목표가 이뤄지지 못하고 좌절되고 있다. 김정일이 취했던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미래가 있겠나. 세습은 관성으로 가지만 미래의 앞날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정권에 대한 주민의 신뢰가 많이 이완됐다. 상황이 어떨지 모른다. 북한도 그런 어려움을 알아서 다양한 정책을 구사할 것이다. 특히 대외정책이나 대중국 경제정책 등을 확대해서 당면한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개발할 것이다. 위화도나 황금평, 나선특구 등을 통해 북중 경제협력을 확대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으로 북한이 과거 대한민국의 70~80년대 고도성장을 이룰 수 없다. 북중 경협이 강화될수록 북한이 개혁개방을 확대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안보적 측면 때문에 더욱 기형적으로 개방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