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간의 잘못 판단으로 탈영했다가 16년6개월만에 37세의 나이로 재입대한 병사가 특급전사 선발대회에서 당당하게 합격했다.

    23일 육군에 따르면 탄약지원사령부의 7탄약창에 근무하는 이원춘(37) 일병은 지난 4월 치러진 부대 특급전사 선발대회에서 '특급전사' 타이틀을 따냈다.

    특급전사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윗몸일으키기 82회 이상, 2분 안에 팔굽혀펴기 72회 이상을 해야 하고 1.5km 구보를 5분48초 이내에 마쳐야 한다. 또 K-2 소총을 이용한 사격은 20발 가운데 18발을 표적에 명중시켜야 한다.

    육군 규정상 입대할 수 있는 나이를 초과한 이 일병은 현역 병사 중 최고령자.

  • ▲ 오랜 방황을 끝내고 군무이탈자에서 특급전사로 거듭난 육군7탄약창 이원춘(오른쪽 두번째) 일병이 부대 간부로부터 사격 방법을 지도받고 있다. ⓒ출처=육군
    ▲ 오랜 방황을 끝내고 군무이탈자에서 특급전사로 거듭난 육군7탄약창 이원춘(오른쪽 두번째) 일병이 부대 간부로부터 사격 방법을 지도받고 있다. ⓒ출처=육군

    그는 과거 부대를 탈영했다가 자수해 군대에서 새로운 삶을 사는 사연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 일병은 1994년 부모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탈영했다. 현역병은 탈영하면 '명령 위반죄'가 적용되어 매년 복귀 명령이 내려지고 공소시효 또한 계속 연장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는 작년 11월 무려 16년6개월 만에 자수해 탈영 전 근무했던 부대에 현역으로 재입대했다.

    "죗값을 치르고 남은 인생을 떳떳하게 살고 싶다"는 일념으로 자수를 결심한 이 일병은 군사법원 재판에서 24개월 복무 판정을 받고 지난 1월 11일 7탄약창으로 전입신고를 했다.

    오래 세월 겪은 마음고생을 털어버리려고 군 복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 일병은 부대장과 전우들의 관심과 배려 속에 특급전사에 도전했다.

    도피 생활 당시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쳤지만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해 윗몸일으키기도 5회밖에 못했고 공포감 때문에 사격도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거듭된 훈련으로 이를 극복하고 특급전사 휘장을 받은 것이다.

    김영철(대령) 7탄약창장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돌아와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이 일병이 다른 군무이탈 장병에게 귀감이 되고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방의 의무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 "이 일병이 남은 군 생활 동안 더 많은 자기개발 기회를 얻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