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속의 대학생 그리고 한국 사회의 미래
  • 최근에 카이스트에서 연속된 학생들의 자살사건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사회는 카이스트의 교육 체계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게 되었다.

    카이스트의 등록금 제도와 재수강 제한, 과도한 수업시간 등 학생들의 경쟁을 통해 승리자들에게만 보상이 주어지고 패배자들은 철저히 도태시키는 방법을 취해 왔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학생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이와 같은 현상이 학생들을 자살까지 내몰았다고 볼 수 있다고 보았다.

    선진화 홍보대사들은 현정택 한국선진화포럼 이사(무역위원장)을 만나 ‘카이스트 자살 사건’으로 한국 사회의 경쟁 문제에 대해 인터뷰를 거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선진화 홍보대사(이하 <선>) 카이스트 등에서 발생한 자살사건들의 원인은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와 대학까지도 이어지는 경쟁에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계속적인 경쟁과 입시제도가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현정책 무역위원장(이하 <현>) 자살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말하긴 어려울 수 있어도, 한국의 대학입시 때문에 청소년들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것은 틀림없는 문제지요. 짧게는 고등학교 기간, 길게는 중학교 때부터 잠자는 것을 뺀 시간 전부를 공부에 투자하는 한국의 학생들. 한 마디로 ‘진이 빠지는’ 것이죠.

    인생의 싸이클을 고려한다면, 10대의 진을 뺄 것이 아니라 2,30대, 그리고 40대의 초반까지 세대들이 자신의 일에 모든 정력을 쏟아 붓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이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를 힘들게 하는 구조적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입시제도뿐만이 아니라 사회의 전체적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과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어떠한 성과를 내는지에 평가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어떤 대학교, 어느 학과를 들어갔느냐에 성패의 90%가 달려있는 시스템입니다. 그런 시스템을 학생이나 학부모들도 익히 알고 있으니, 무리한 교육도 벌어지고요.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논술, 학생들의 장점을 살리는 특성화 교육 같은 제도적 보완도 오직 ‘입시’로만 귀결되어 부정적인 효과만을 초래하지요.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되려면, 대학의 간판보다 사회에서 쌓는 업적에 평가의 초점을 맞추는 시스템이 올바르게 구축되는 것, 그것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선> 노벨상 수상이 절대적인 평가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상내역을 살펴보면 한국 교육의 성과와 외국 교육의 성과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한국과 다른 교육선진국 간의 차이를 유발했을까요?

    <현> 이 점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와 관행이 학생들의 창의성을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토론이 중시되고, 정답이 없는 교육이 권장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 점이 부족하지요. 역사 과목의 수업의 경우를 예로 들면, 우리나라의 경우 어느 해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배우고 외우지만 외국의 경우는 어떤 역사적 사건에 대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고 토론을 합니다. 이런 기초적 교육방식의 차이가 우리나라와 교육선진국들의 차이를 낳는 것이죠.

    평가의 객관성에 대해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는 것 또한 큰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상대평가제도와 같은 ‘틀’ 속에서 경쟁하는 것에 너무 익숙합니다. 사실 교육자들에게 학생들의 수준을 가늠하고 평가할 능력은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데 이에 대한 신뢰가 뒤따르지  결국 고정된 ‘틀’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리고 딱딱한 ‘틀’이 생기다 보니 창의성이 신장되는 교육을 시행하지 못하지요. 앞으로 평가에 대한 신뢰가 잘 구축된다면, 상대평가 등의 ‘틀’이 사라지고 보다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 것 입니다.

    <선> 경쟁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의 한 원인인 듯합니다. 지금 같은 분위기가 나타난 것이 우리 사회의 책임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현> 정확한 지적입니다. 앞서 말했듯 평가에 대한 서로간의 신뢰가 적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을 하기도 어렵고, 또,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평등성에 대한 강한 욕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경우 정부에서 성과급 제도를 적용할 경우에도 성과급이 개인의 연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미국에 비하여 현저히 낮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박찬호, 박지성과 같은 인물들이 생기기가 어렵죠. 이는 운동선수뿐 아니라, CEO, 대학교수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선> 지금과 같은 경쟁이 과열된 분위기에서는 학생들의 부담과 정상적인 교육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쟁만능사회에서 대학이 취해야 할 자세는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현> 경제학의 관점에서, 경쟁 자체는 절대 나쁜 것이 아니며, 가장 효율적인 상태입니다. 다만 그러한 시스템에 있어 경쟁을 제대로 평가하고 적절한 보상을 하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대학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합니다.

    <선> 경쟁에서 밀려나고, 사회의 관심에서도 밀려난 이들을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혹은 체제)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현> 흔히 경쟁에서는 승리하는 사람보다 밀려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카이스트에서 한 학기 장학금을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의 여부가 인생을 결정하지 않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미국에서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경험하고 쌓은 성과, 업적에 따라 인생을 달라질 수 있게 하는 사회가, 제도가 필요합니다. 이는 사회 구조자체가 경직되어 있지 않고 유연하다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학교도, 회사도, 나아가 부의 세습 까지도 틀에 박혀 있는 닫힌 체제가 문제이며, 유연하고 열린 경쟁시스템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선> 카이스트의 학점에 따른 수업료 부과, 재수강 횟수 제한 등은 학생들에게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보다는 성적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만 키운 것 같습니다. 이런 방법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만들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아이비리그 중에 하나인 브라운 대학교에서는 다른 학교들의 ABCD/F제도와는 달리 ABC/No credit라는 식의 성적제도로 'fail'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율성과 경쟁 중 학생의 학업에 대한 열의를 위해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일까요?

    <현>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이랑 학점에 따른 수업료를 부과하는 것에는 큰 뉘앙스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엄청난 반발을 야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학생의 학업 의욕을 고취시키는 데는 자율성과 상대 평가의 적절한 조화가 효율성을 늘리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선> 한국과학기술원의 한상근 교수가 학생들의 잇단 자살 사건과 관련하여 앞으로 모든 강의를 우리말로 하려 한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최근 목숨을 끊은 전문계고 출신 로봇 영재도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가장 힘들어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국제화 흐름에 맞춰 영어강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21세기 국가와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지식인 양성이 영어 몰입 교육과 동일한 것으로 이해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 국제적으로 영어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과목에 따라서, 그리고 학생들의 수용 능력에 따라서 영어 강의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거의 모든 대학이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 평가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부풀리기에만 치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KDI 국제 정책 대학원 같은 경우는 100% 영어 강의를 하는데 설립 목적이 외국 공무원들에게 우리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세운 것이고 실제로 30~40%정도가 외국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강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태인데 그렇지 않은 일반 대학의 경우는 영어 강의의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선> 페이스 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모두 아이비리그를 자퇴하고 창업을 해서 억만장자가 된 인물들입니다. 한국에는 이런 인물이 없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열정적이고 똑똑한 반면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한국에서도 스티브 잡스가 나오게 하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현>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회적 '유연성'이 높아져야 합니다. 미국에서 벤처기업이 100개가 만들어지면 그 중 절반 이상이 실패를 하고 나머지 성공했다고 보이는 20~30% 중 10% 정도는 대기업들이고 나머지가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소규모 다생산 창업 기업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구조 자체가 대부분이 재벌로 흡수가 되는 상황입니다. 즉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사회적 유연성이 높아져야 합니다. 또한 과거에는 포항제철 같은 하드웨어에 보상이 치중돼 있었다면 앞으로는 소프트 파워에 대한 보상이 커지는 사회로 나아가면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현정택 위원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쟁이 필요악과 같은 존재이지만, 그 경쟁의 방법과 보상, 그리고 경쟁에서 뒤쳐진 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보상이 올바르게 이루어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카이스트 같은 교육 기관뿐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기업들, 정치 단체들, 그리고 개인에 의한 경쟁이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한다면 경쟁의 기본 원칙 지켜질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사람들이 경쟁을 통한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도전 정신 역시 갈취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화홍보대사: 장우제, 민병의, 류혜라, 윤지연, 김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