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스위스 비밀계좌 자금 1조8,000억 유입 포착대부분 국내 증시에 투자…스위스에 비밀계좌 정보 요청예정
  •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캄보디아 투자액 중 3,000억 원의 행방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스위스에서 1조8,000억 원의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된 것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문화일보>는 15일 ‘국내에서 불법반출돼 스위스 비밀계좌에 예치됐다가 국내 상장주식에 우회 투자된, 최대 1조8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음성 자금의 흐름이 세정당국에 의해 처음으로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국세청은 이번에 확인된 자금이 ‘검은 머리 외국인’의 투자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스위스 비밀계좌에서 ‘세탁’된 뒤 국내에 유입되는 경로가 밝혀진 것은 스위스 국세청의 조사 때문. 스위스 국세청은 배당세액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스위스 거주자가 아닌 이들이 포함돼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세금 차액(약 58억 원)를 스위스 금융기관들로부터 환수해 한국 국세청 계좌에 입금한 뒤 그 내막을 통보했다고 한다.

    스위스 거주자가 한국 주식에 투자할 경우에는 낮은 세율(15%)을 적용, 배당세액에 대해 원천징수하며 제3국 거주자일 경우에는 이런 혜택에서 배제돼 20% 세액을 적용한다.

    국세청이 스위스 당국이 추징한 세액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 스위스 비밀계좌에서 한국으로 투자한 자금은 최대 1조8,000억 원 가량. 한국 국세청에 입금된 58억 원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간 배당금의 5%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내 증시의 평균 배당률 2.2%를 적용해 추정하면 1조1,000억 원에서 1조8,000억 원의 자금이 스위스를 거쳐 다시 국내로 흘러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10년 말 기준으로 스위스에서 국내 코스닥 시장에 투자한 4조 원의 45%에 해당한다.

    국세청 측은 “투자금액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나간 불법 반출금액으로, 탈세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며 “스위스에 숨겨놓은 ‘검은 자금’의 일부가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추측했다.

    국세청은 또한 “투자자와 투자대상의 구체적인 사항은 스위스 정부에서 철저히 보호하고 있어 파악하지 못했다”며 “투자자들이 신분을 숨기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세금을 낸 것으로 보이며 고액자산가들의 자금 일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금융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스위스 정부와 한국 정부는 그동안 정보교환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세금환불을 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세청은 한·스위스 조세조약이 개정되면 스위스 개설 계좌의 내역을 파악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최근까지 대통령과 정치권, 재벌들이 해외 조세피난처와 스위스, 룩셈부르크, 덴마크 등에 불법 자금을 숨겨두었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으나 지금까지 실체가 파악된 적은 한 번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