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 캄보디아에서 있었던 일

      2006년 한 해 동안 5000억 원의 돈이 증발했다면? 그건 물론 처음엔 ‘투자’ 명분이었다. 노무현이 캄보디아를 국빈방문 하고난 후부터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한국 돈줄들의 캄보디아 부동산 러시가 폭주했다. 그러다가 그 막대한 돈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치솟던 건조물들은 저주받은 바벨탑처럼 하늘을 더럽히며 버려져 있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메뚜기 한 철, 그 한 철에 살찐 돈줄, 돈줄이 일으킨 부동산 붐, 그리고 이윽고 공사자금 빼돌리기. 대충 이런 냄새가 난다.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는 셈이다. 지금 드러난 것은 여기까지다. 스토리가 더 이어질지는 전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이 자살하자 ‘혁명’이 날까 두려워 지난 정권의 비리를 어마 뜨거라 덮어 버렸다. 그 만큼 그는 정당한 싸움조차 하지 않는 대통령이다. 그저 무난하게 임기를 넘기려는 타입이지, 옳고 그른 것을 가려 옳지 않은 것을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칼로 베어 버리려는 타입이 아니다. ‘캄보디아 미스터리’인지 ‘캄보디아 스캔들’인지가 제대로 규명될지는 그래서 미지수다.

      노무현이 국빈방분을 하자마자 일기 시작한 부동산 돈 바람이 그의 퇴임과 더불어 홀연 딴 데로 새버렸다? ‘쨍하고 해 뜰 날’ 동안 기승하던 거대한 협잡의 구조가 땅속에 파묻혀 있다가 이제 겨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과 더불어 그 조그만 꼬투리가 땅 위로 드러난 것 같은 정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는 청계천 시장, 4대강 대통령만 하겠다”고 한다면 모를까, 그가 진정 ‘총체적인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싶다면 지난 시대의 이 흉엄한 유적(遺蹟) 발굴 작업을 끝까지 해치워야 한다.

      온갖 도덕이란 도덕, 온갖 정의란 정의는 모조리 자기들이 체현(體現)하고 있다는 양 나대고 설치던 그때 그 시절의 ‘완장(腕章) 찬 성골(聖骨)들’-그들의 흉상(胸像) 아닌 흉상(凶相)을 드러내라!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