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창설 이래 최대 규모 감사, 감사인력만 200여명 대학 재정전반 샅샅이 점검, 현 등록금 산정의 적절성도 감사 대학가, "범죄자 취급한다" 볼멘 소리속 '구조조정 신호탄' 우려도
  • 감사원은 10일 예정에도 없는 대학 감사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대학별 감사는 오는 하반기에 있을 예정이었으나 감사일정을 갑자기 앞당긴 것이다.

    발 더 나아가 감사원은 전문 감사인력을 총 동원해 대학의 재정실태와 예산 집행내역 등을 꼼꼼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등록금 산정의 적절성도 감사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감사인력만 200여명이 투입되는 이번 감사는 감사원 창설 이래 최대 규모의 감사이다. 

    그동안 사회적 지탄을 받아 온 대학의 방만한 경영실태와 불투명한 예산 집행내역 등을 집중 점검해 옥석을 가려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감사원의 예상치 못한 감사계획에 대학가는 당혹스런 반응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학들이 관심은 감사원이 감사계획을 앞당긴 이유에 집중돼 있다.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학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쌓아두고 정작 장학금 지급에는 인색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감사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주요대 총장들이 정부 재정지원 없이는 등록금 인하가 어렵다며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라는 정부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직후라 대학들은 감사원의 대규모 감사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사립대에서는 등록금 부담을 줄이라는 정부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대학에 정부가 칼을 빼든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대교협을 비롯해 대학들이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봤다는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반값 등록금이 전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대 총장들이 정부재정 지원없이는 등록금 인하가 어렵다고 말한것이 마치 정부 요구를 거부한 것처럼 비춰졌다"며 아쉬워했다.

    서울의  H대 관계자도 "재단적립금 문제로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방위적 감사가 예정돼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교협 차원의 적극적인 대처가 미흡했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 적립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 대교협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학가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적립금 활용문제와 더불어 대학의 방만한 경영실태와 불투명한 예산집행이 등록금 인하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적 여론이 힘을 얻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학에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서울의 S대 관계자는 "정부가 대학을 커다란 불법을 저지른 범죄집단처럼 몰고 가는 것 같아 불쾌하다"며 "교과부 감사와 국회에서 각종 자료요구를 받아왔지만 이번처럼 등록금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정해 감사가 진행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과부는 2004년부터 대학 회계를 중심으로 감사를 벌여왔으나 사립대에 대한 감사에서 '등록금'은 감사대상이 아니었다.

    등록금 문제를 법적으로 규제할 근거가 마땅치 않았고 사립대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명분에도 어긋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감사원이 직접 나서 등록금을 포함한 대학재정 전반을 감사하겠다는 방침은 이례적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교과부는 "교육계에 대한 대규모 감사는 이미 예견돼 온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감사방식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교과부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협조요청이 오면 그때가서 감사방법을 협의할 것"이라며 "특히 사립대에 대한 감사는 교과부와의 합동 감사방식을 취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달부터 대학 입시와 학교운영 전반에 대해 사안별 감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달 중순께 감사를 마무리 할 예정이다.

    대학입시와 관련해서는 난수표 전형이라 불릴만큼 복잡한 대학들의 전형방법이 각종 불법 및 편법 입시비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혐의가 높은 일부 대학을 대상으로 현지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