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사기단에 걸려 현금 4억4천여만원을 날릴 뻔한 70대 노인이 농협직원들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했다. 

    31일 농협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윤모(71)씨는 지난 25일 오전 10시께 고양시 일산농협 마두역지점 365자동화코너에서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계좌이체를 시도하고 있었다.

    경찰관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직원들이 전날 윤씨에게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가 유출돼 예금이 위험하다"며 "은행에 가서 즉시 계좌 이체하라"는 지시했기 때문이다.

    자동화코너에서 근무하던 청경 이승호씨는 윤씨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보고 계좌이체를 적극 만류하면서 윤씨를 은행지점 사무실로 안내했다.

    마두역지점 김부경 팀장은 윤씨에게 "누구에게, 왜 입금하는지"를 캐물으며 "자칫 보이스피싱에 의해 사기당할 수 있다"고 계좌이체를 적극 만류했다.

    하지만, 윤씨는 역정만 낼 뿐 자신의 예금 2억1천700만원을 해지한 뒤 계좌이체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다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김 팀장은 윤씨가 보이스피싱에 의해 사기를 당하고 있다고 보고 윤씨 계좌를 지급정지하는 한편 고양지역의 다른 농협점포에 상황을 전파, 윤씨가 사기꾼 계좌에 입금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윤씨는 이날 농협 지점에 오기 전 이미 기업은행에 있던 채권 2억5천700만원을 해지한 뒤 사기꾼이 지정한 농협 계좌로 모두 이체한 상태였다.

    이튿날 아들과 함께 지점을 방문한 윤씨는 이런 사실을 털어놨고 농협은 사기꾼이 지정한 계좌를 지급정지할 수 있었다.

    다행히 사기꾼은 1일 출금한도에 묶여 3천200만원밖에 인출할 수 없었다.

    농협은 사기꾼들이 지정한 계좌가 이모씨 등 2명이 명의를 대여해 개설된 대포통장인 것을 파악하고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윤씨의 아들은 "아버지 재산을 보호해준 농협에 대해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며 사기꾼 계좌로 넘어갔다 되찾은 은행 예금 2억2천500만원을 일산농협 마두역지점에 정기예치했다.

    김 팀장은 "사기꾼들의 농간에 하마터면 할아버지의 전 예금을 날릴 뻔했다"며 "대포통장을 개설해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는 사기꾼들의 보이스피싱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