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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1978년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 캐럴 안에 고엽제를 대거 묻었다는 퇴역 미군의 폭로 이후 비슷한 증언이 잇따르자 문제의 기지는 물론 전국의 다른 미군기지 주변 지역 주민들의 불안도 증폭되고 있다.
고엽제(枯葉劑, defoliant)는 넓게는 식물의 잎사귀를 한꺼번에 말라 떨어지게 하는 제초제 종류를 통칭하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대량 살포한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를 뜻한다.
에이전트 오렌지는 미군이 1962~1971년까지 베트남 내 밀림 제거작전 즉 '랜치 핸드(Ranch Hand)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뿌린 제초제를 부르는 코드명.
이런 이름은 당시 고엽제를 넣은 드럼통에 오렌지색 선을 칠해 다른 제초제와 구별 표시한 데서 비롯됐을 뿐 실제 용액의 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랜치핸드 작전 과정에서 미군은 에이전트 오렌지와 '에이전트 블루', '에이전트 핑크' 등의 각종 고엽제와 제초제 약 2천만 갤런(8천만ℓ)을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살포했다.이 가운데 에이전트 오렌지는 제초제 페녹시 계열의 2,4,5-T와 2,4-D를 1대 1의 비율로 섞은 제초제다.
오래전부터 2,4,5-T와 2,4-D 성분의 독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던 중 1969년 2,4,5-T의 생산 과정에서 맹독성 다이옥신계 화학물질 TCDD가 불순물로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고엽제에 노출된 미군과 주민들에게 발생한 원인불명의 질환도 TCDD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TCDD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1등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으며 동물실험 결과 옅은 농도에서도 다양한 기형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이 물질을 '인간이 합성한 가장 유독한 물질'로 묘사했을 정도다.
다이옥신계 화학물질은 이 밖에도 심각한 피부 이상과 신경독성, 면역독성, 발달 이상, 당뇨병, 자궁내막증 등을 유발한다는 보고들이 있다.
베트남 참전 미군들은 일반인보다 암 또는 신경계, 피부, 호흡기 질환 발생 비율이 더 높은 편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부는 전쟁 당시 자국민 480만명이 고엽제에 노출됐으며 이 가운데 40만명이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었으며 50만명에 이르는 기형아가 발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고엽제가 대량 살포된 지역에서는 구순구개열(언청이)과 정신장애, 다지증, 탈장 등 다양한 기형·발달이상 보고가 이어졌다.
고엽제의 독성이 알려지면서 1978년부터 참전 미군들이 제조사인 몬산토와 다우케미컬 등을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지만, 원고들이 제기한 심각한 질환과 고엽제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지금까지 업체의 책임을 인정하는 피해보상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제조업체 몬산토는 지난 2004년 고엽제가 장기간 계속되는 심각한 질환을 유발했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며 책임을 부정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