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오바마 제의 공개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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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일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직후 웃는 얼굴로 언론 앞에 나타났으나 곧 표정이 굳어졌다.
공동 기자회견이 아니라 오벌오피스에서 의자에 앉은 채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담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언론회동(press availability)' 형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전날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정책 연설을 통해 제안한 이른바 `1967년 국경론'을 놓고 이날 회담에서 상당한 `기싸움'이 벌어졌음을 추측케 하는 장면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분명히 표현과 언어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이는 친구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라며 어색한 분위기를 피하려는 노력을 보였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언론 앞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을 공개적으로 일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선을 3차 중동전쟁 이전의 경계를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1967년 이전을 기억해 보라"면서 "이스라엘 영토의 폭은 9마일로 `워싱턴 벨트웨이'(수도 워싱턴D.C. 순환도로)의 절반에 불과했다"면서 "그 경계로는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결코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오바마 대통령을 쳐다보면서 "각하는 훌륭한 국민의 대통령이고, 나는 훨씬 수가 적은 국민의 지도자"라면서 "우리 민족은 거의 4천년간 그곳에 있으면서 어느 민족도 경험하지 못한 투쟁과 고통을 경험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내 유대인들의 엄청난 영향력과 종교적인 배경 등을 바탕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의 굳건한 동맹으로 꼽히는 이스라엘의 총리가 공개석상에서 미국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1967년 국경론'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발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향후 양국 관계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주목된다.
특히 이날 정상회담 직후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평화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또 일각에서는 1시간 30분 이상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1967년 국경론'을 정면 반박한 네타냐후 총리가 오는 24일로 예정된 미 의회 연설에서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주목하고 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날 연설 직전에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으로부터 내용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