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살처분할지 다른 곳으로 옮길지 놓고 고민
  •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주변지역이 오염되면서 축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원전 반경 20㎞ 주위의 대피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20일 정부의 권고에 따라 정든 가축을 살처분해야 하는지, 파산 위기로 내몰릴 정도로 많은 돈을 들여 가축을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시켜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원전에서 25㎞ 떨어진 가쓰라오무라(葛尾村)에는 소들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대낮에는 소, 돼지 닭 등 가축에게 먹이를 주려고 위험을 감수하는 일부 농민들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

    이곳에서는 마블링이 뛰어난 고급 소고기와 신선한 우유를 생산하는 소 10만 마리가 소들은 주민들이 대피하면서 우리에 갇혀 굶어 죽어가는 처지가 됐다.

    일부 소들은 밧줄이 풀린 채 먹이를 찾아 들판을 헤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원전 인근 지역 당국에 가축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 가축들을 살처분할 것을 지시했다.

    경계구역으로 정했다고 가축을 죽일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지만, 가축이 죽으면 위생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 살처분하기로 한 것이다.

    가축을 살처분할 경우 일시불로 보상을 받게 되겠지만 액수 등 구체적인 보상계획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70마리의 젖소를 키우던 농장주인 사쿠마 신지(55)씨는 들판의 소들을 바라보며 "이 소들은 며칠 안에 죽고 말 것"이라면서 "소들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몹시 허탈해했다.

    그의 아들(35)은 "우리는 원상태로만 된다면 돈도 필요하지 않다"면서 "20마리를 홋카이도로 데려가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의 농장주인 도시에 코소네씨는 체르노빌 사고는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다"면서 "우리는 소들이 팔리든지 안 팔리든지 간에 모두 처분할 것"이라면서 오염된 지역에서 축산업을 계속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축산농가 외에도 채소재배 농가 역시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스기모토 유코(56)씨는 유기농 채소 재배를 위해 무공해 토양 조성에 힘써왔는데 원전 사고가 꿈을 앗아갔다고 안타까워했다.(후쿠시마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