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충성 1주일만에 무너져
  • 당에 대한 10년 충성이 1주일만에 무너지다
    <한국선진화 포럼, 선진화포커스 55호>

    김성욱 /리버티헤랄드 대표/뉴데일리 객원논설위원

    북한주민의 정신세계가 남한 영상매체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탈북자들을 통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실상은 훨씬 더 충격적이다. 통일연구원 강동완 박사와 서울대 박정란 박사가 최근 펴낸 ‘한류, 북한을 흔들다’는 책은 최근 탈북한 이들을 인터뷰한 보고서다. 이 책은 북한체제가 얼마 남지 않았고 한국이 이를 촉진할 수많은 수단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조사에 따르면, 인터뷰한 탈북자 가운데 CD나 USB, 외장하드 형태로 유통되는 남한의 드라마·영화 등 영상매체를 본 회수가 1년에 몇 번이라고 답한 사람은 9%. 한 달에 한두 번이라고 답한 사람은 41%. 일주일에 한 두 번이라고 답한 사람은 16%에 달했다. 심지어 남한 드라마·영화를 매일 보았다는 이들도 34%에 달했다. 조사의 객관성을 위해 북한 9개 道(도)에 거주한 33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인 점을 고려할 때 분명 북한 내 韓流(한류)는 상상 이상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김정일 정권은 外部(외부)정보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텔레비전도 땜질을 해 채널을 고정해 놓았고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CD 등을 통한 남한 영상매체 시청도 엄격히 처벌한다. 그러나 호기심은 아무리 지독한 獨裁(독재)도 막지 못한다! 남한 방송 수신이 가능한 지역민들은 땜질로 고정된 채널을 리모컨으로 돌리거나 중국서 들여온 小型(소형) 텔레비전으로 몰래 ‘아랫동네(남한)’ 방송을 즐긴다.

       ‘한류, 북한을 흔들다’에 나오는 탈북자 인터뷰 결과는 흥미롭다. 이들이 북한에서 남한 드라마·영화를 보며 놀랐던 사실은 “부모 방, 부부 방, 아이들 방을 따로 따로 쓰는 것”, “밥상에 흰쌀밥에 대여섯 가지 반찬이 오르는 것”, “여성이 자동차 운전하는 것”, “천국과 같은 놀이공원(롯데월드)”, “북한에서 우리는 나무로 불을 지피는데 남한 드라마에 가스불을 켜는 것” 등 다양했다.

       한 탈북자는 “한국에서 치마를 기워서 입는다고 교육을 받았는데 남한 드라마는 장면마다, 상황마다 다른 옷을 입고 있어 놀랐다. 북한의 배우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 가지 종류의 옷을 입는다.”고 말했다.

       “남한 드라마가 너무 재미나 3일 동안 잠도 안자고 보고 또 보았다”, “지금까지 속고 살았다는 생각에 적개심마저 들었다”, “옆집에 잘사는 아이도 한국에 가겠다고 따라 나섰다”, “10년간 당에 대한 충성이 단 1주일 만에 변화됐다”는 탈북자 증언도 나온다.

       드라마·영화를 통해 본 남한에 빛과 그림자, 리얼리티는 북한주민들로 하여금 대한민국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갖게 되고 이것은 김정일에 대한 반감, 북한체제에 대한 회의, 탈북의 강력한 동기로 작용한다. 한 탈북자는 “머리가 돌고 깬 사람은 김정일이 나쁘다는 것을 다 안다. 아는 사람들끼리 김정일이 나쁘다는 말을 한다. 고려왕국 시대처럼 물려받는 것이 어디 있는가라는 말을 한다”며 남한 영상매체를 통해 현실을 알면서 이런 생각은 더욱 커졌다고 말한다. 드라마가 衝擊(충격)-忿怒(분노)-脫出(탈출)로 이어지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만드는 셈이다.

       남한의 드라마·영화가 북한을 바꾸는 독립변수가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에 대한 불평·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이들 컨텐츠가 다른 不安요소들과 결합하면 북한사회 전체를 급변시킬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한류···’의 필자들 결론처럼 남한 영상매체가 북한의 수령독재를 무너뜨릴 “천국에 오르는 계단”이 될지 모른다.

       우리가 해야 할 가장 對北사업은 북한에 情報(정보)를 들여보내는 것이다. 북한에 많은 정보가 들어갈 때 주민은 진실을 깨닫고 개혁·개방의 長征(장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미래를 북한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