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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학살자" 발언에 박용모씨 발끈 '막말' 응수
영화배우 김여진이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잇단 '돌출 행동'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8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당신은, 일천 구백 팔십년, 오월 십팔일 그날로 부터 단 한 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당신은 학살자입니다. 전두환씨"라는 파격적인 글을 올린 김여진은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박용모 자문위원과 치열한 트윗 설전을 벌이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박 자문위원은 19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김여진! 경제학살자 김 아무개 전 대통령 두 사람에게는 뭐라 말할래? 못생겼으면 함부로 씨부렁거리지 말아라"라고 일침을 가한 뒤 "나라경제를 죽이는 자는 나라전체를 죽이는 학살자가 아니겠니? 아가리 닥치거라 가시내야"라는 막말을 게재하면서 논란을 부채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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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김여진이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등록금네트워크와 한국대학생연합과 함께 '반값 등록금' 촉구 릴레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학살자", "아가리 닥치거라 가시나야!", "미친X" 등 화려한 막말 대결을 펼친 두 사람은 박 자문위원의 사과와 해당 멘션 삭제로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두 사람의 트윗을 리트윗한 글들이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 퍼지면서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네티즌들은 "정치인으로서 김여진에게 욕설을 남긴 행동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반응과 "김여진 역시 다수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공인으로서 전 대통령을 학살자라고 표현한 건 지나친 처사"라는 양갈래 반응으로 나뉘는 분위기.
한 네티즌은 "박용모씨가 저급한 욕설을 퍼부으며 여성에게 인신공격을 가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감정에 치우친 글로 또 다른 공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발언을 남긴 김여진도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것 같지는 않다"고 비판했다.
"등록금 반만 내자" 1인 시위 펼쳐
사실 김여진의 '튀는 행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들어 부쩍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김여진은 그동안 ▲4대강 반대 ▲대북지원 주장 ▲반값 등록금 시위 ▲쥐 그림 티셔츠 판매 운동 ▲홍익대 청소 노동자 지지 방문 등 마치 좌파 운동권 인사를 보는 듯한 행보를 걸어왔다.
지난 1월 20일에는 '날라리 외부세력'이라 불리는 트위터리안 40여 명을 모아 집단 해고에 반발, 홍대 본관을 점거 농성 중인 청소·경비원들을 위로 방문했고, 3월 24일 방영된 MBC '100분 토론'에는 패널로 출연해 대학 등록금 인하,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 사회지도층의 도덕성 문제 등을 운운하며 현 정부와 기득권층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놨다.
3월 28일 케이블방송 tvN '브런치'에서도 "다같이 등록금을 반만 내자"는 주장을 제기한 김여진은 급기야 오프라인으로까지 나서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키도록 만들자"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등장한 김여진은 '반값 등록금 공약, 안 지키면 우리가 반만 내버리죠. 미친 등록금의 나라 이제는 바꿉시다'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낮 12시부터 약 1시간 동안 1인 시위를 했다.
이날 김여진의 시위는 전국등록금네트워크와 한국대학생연합이 벌이고 있는 '반값 등록금 릴레이 1인 시위'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쥐벽서' 티셔츠 판매, 4대강 반대 발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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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을 극화한 '아이들’(감독 이규만) 기자시사회가 지난 1월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 열린 가운데 김여진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운동권 투사를 방불케 하는 김여진의 돌출 행동은 '쥐 그림 티셔츠(쥐벽서 티셔츠)' 판매 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김여진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이 'G20 정상회의' 포스터를 패러디, '쥐20 그림'을 그린 박모씨와 최모씨에게 각각 200만 원과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하자, "돈을 모아 벌금을 대신 내주자"는 이색 제안을 내놨다.
김여진은 법원 판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벌금이 무서워 상상력을 제한 당해선 안되겠기에. 쥐20 포스터 그림 티셔츠를 제작 판매, 벌금을 함께 내자"는 글을 올렸다.
실제로 특정 트위터 계정을 통해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공모한 김여진은 18일부터 한 장당 1만원에 '쥐벽서 티셔츠'를 판매하는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김여진은 지난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4대강 사업을 "당장 그만둬"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만 중단하면)사랑해줄께"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꼭 막자고요"라는 '5자 문자'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김여진은 "말이 안되는 사업이다. 환경 문제를 떠나 누군가 이걸 했을 때 국민 반대가 커서 그것을 공약집에서 빼고 대통령이 됐잖아요. 이러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운하 공약'과 '4대강 사업'을 혼동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극렬 운동권 투사'에서 '대중 스타'로 변신
1972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김여진은 어린 시절 독일 문학 작품에 빠진 나머지 의대에 가라는 부모의 권유를 뿌리치고 이화여대 독문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그는 학생운동으로 눈을 돌려 PD(People's Democracy 민중민주) 좌파 계열 운동권인 '민중연대학생회의'에 가입, '극렬 운동권 투사'로 돌변한다. 서울 전농동과 청량리 1동 철거 지역에서 빈민지원활동을 하던 그는 철거 작업을 막다 용역업체 직원과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약 3년 간 학생운동에 투신하던 김여진은 1995년 대학로에서 연극 한 편을 본 뒤 문화-연예게로 뛰어 들었다. 김여진은 극단 '연우무대'를 통해 '연극인 김여진'으로 변신했다.
3년 후 임상수 감독에 의해 전격 발탁,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스크린에 입성한 김여진은 이례적으로 첫 작품에서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거머쥐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200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으로 또 한번의 히트(대종상 여우조연상)를 기록한 김여진은 '대장금', '이산' 등 많은 드라마에도 얼굴을 비치고 있다.
김여진은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인지도를 이같은 정치적-이념적 발언과 행동에 적절히 이용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성근-명계남-김제동-김미화로 대변되는 좌파 연예계 인맥 계보도에 새 인물이 얼굴을 들이민듯하다.





